감정 쓰레기는 버리며 살자

버려야 새롭게 채울 수 있다.

by 원영대

"재활용 좀 하고 와. 이건 쓰레기통에 버리고.”


저녁에 퇴근을 하니 아내가 현관문 앞에서 멈추게 하더니 재활용 박스와 배가 불룩한 쓰레기 봉지를 내민다. 오늘은 아파트 재활용을 하는 날이다. 우리 아파트는 매주 목요일에 재활용을 한다. 목요일 저녁만 되면 아파트 재활용 장소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녁 7시부터가 피크 타임이다. 고철, 플라스틱, 빈병들이 저마다 하나씩 방을 차지하고 있다. 행여 집을 잘 못 찾은 쓰레기들은 경비 아저씨의 손에 들려 제 집을 찾아가곤 한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많은 생활 쓰레기들을 만들어 낸다. 분해가 안 되는 쓰레기들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도입된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한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카페에서 커피를 살 때 텀블러를 이용하면 가격도 깎아 주고 커피 양도 많이 주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들어가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이 늘어나면서 배달 음식 산업이 호황이다. 식당에 직접 가기보다는 배달앱을 이용해서 주문을 한다. 편리한 시스템이다. 손으로 누르기만 하면 음식이 오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그로 인해 집안엔 배달 음식 용기로 넘쳐난다. 음식 용기가 쌓이고 또 쌓인다. 하지만 집안에 쌓인 쓰레기는 금방 치워진다. 적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는다. 수북하던 재활용 쓰레기도 목요일만 되면 깨끗이 비워진다. 마음마저 비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쓰레기가 있다. 감정 쓰레기다. 일을 하면서 혹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미움, 분노, 짜증과 같은 것이 감정 쓰레기다. 감정 쓰레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생길 때마다 차곡차곡 마음 한구석에 쌓인다. 버려야 할 때 버리지 못한다. 쌓인 감정 쓰레기로 인해 마음은 악취가 나기 시작한다. 마음이 썩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과 방법이 다르다. 분노가 있을 때 스스로 조절을 하거나 치유를 하는 사람이 있고, 마음에 쌓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마음에 차곡차곡 쌓는다. 다른 사람에 대한 미움을 느끼면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 한 구석에 모아 둔다. 버릴 곳이 없는 것이다. 감정 쓰레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쌓이게 된다. 얼마만큼 감정 쓰레기가 모였는지 알 수가 없다. 50리터 쓰레기봉투가 필요한지, 100리터가 필요한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런 감정 쓰레기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분노와 미움으로 표출된다. 내 몸이 영혼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쓰레기는 생기는 대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그래야 악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감정 쓰레기는 사람의 일상을 어둡게 만든다. 그 어둠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감정 쓰레기는 모두 비워야 한다. 하지만 비움의 방법을 습득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비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오늘 아침 회사 상사로부터 받은 질책으로 인해 하루 종일 우울하고 슬픈 감정마저 든다. 감정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는 쓰레기를 버리라 하는데, 마음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분해되지 않는 감정의 쓰레기가 쌓여 가고 있는 것이다.


매일 생긴 감정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들기 전에 명상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명상을 하면서 내게 쌓인 감정 쓰레기를 날려 버린다. 땀을 흘려 운동을 하는 방법도 있다. 흐르는 땀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것이다. 이렇듯 나를 사랑하는 좋은 방법은 감정 쓰레기를 비우는 것이다. 감정 쓰레기를 버려야만 우리는 새로운 행복을 채울 수 있다.


재활용 장소는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나마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기술의 힘을 빌어 다시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으로 재탄생된다.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는 지금 바로 버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들의 집도, 나의 삶도 썩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감정 쓰레기는 지금 당장 버리자. 재활용이 아닌 음식물 쓰레기 통속에 버리자. 그리고 행복과 따뜻함의 감정을 가득 담자. 그 항아리가 차고 넘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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