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눈물을 쏟아내는 딸은
정말 청승맞게도 울어댄다.
그리고 그 우는 이유도 가지각색인데..
어제는 저녁 먹고 과격한 산책을 나갔다가 목욕을 할 때였다.
"엄마.. 왜 배꼽이 있어? "
시작은 그리되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그 배꼽에 연결된 탯줄로 숨을 쉬었지..."
그리 시작된 대화가 죽어서 어떻게 되나로 연결이 되고
자기가 100살이면 엄마는 몇 살인지..
나이차를 한참 계산을 하더니만
30살이란 나이차가 아무래도 만만치 않게 느껴졌던지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자기가 죽을 때까지 엄마도 죽으면 안 된다는 건데
70까지로 잡아도 내가 100살까지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지 않는가?
그건 좀 어렵지...싶다고 얘기를 하며
"하늘 나라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우리 딸 오면 만나면 돼. 걱정 마."
이렇게 결론을 내려 했는데
그 때부터 울음보가 터졌다.
"근데.. 나는 잘못한 일이 많은데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지옥에 가면 엄마 못 만날 텐데.. 어떻게 하지? "
이즈음엔 엉엉 소리를 내며
지금껏 자기가 잘못한 일을 고해성사하기 시작한다.
엄마에게 거짓말 한 일, 동생 괴롭힌 일. 친구 때린 일..
가만히 듣고 있는 내가 다 민망할 정도로 별 일 아닌 일들인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참회하는 딸을 보고 있자니
할 말이 없다.
"하나님께 고백하면 다 용서해 주실거야... 괜찮아.. "
어찌 마무리 해보려 입을 열었건만
이어지는 딸의 멘트.
"나 같은 바보 멍청이도 용서하실까?
잘못한 게 너무 많은데 ..
하나님이 좋아하실까? 엉엉..."
진정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며 회개하는 딸을 보고 있자니
딸보다 잘못한 게 백배는 더 많은데도
뉘우치기를 주저하는 이 '죄인'을 하나님이 진정 용서하실까?
정말 걱정이 된다. 엉엉..
- 2005년 6월 29일 가족홈페이지에 올린 글-
* 예전 자료를 찾다 20여년전 써두었던 글을 읽었다.
지금은 훌쩍 커서 어른이 된 딸래미의 그 순수했던 모습을 기억해주는 게 부모의 행복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