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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커 안작가 Nov 16. 2023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어!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이것저것 하고 싶었던 게 많았던 것 같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연을 날렸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친구들과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등

다양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나만 좋아하는 걸 하며 시간을 보냈던 건 아니었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친구, 춤추는 걸 좋아하는 친구,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 나처럼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친구,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친구,

먹는 걸 좋아하는 친구, 실험을 좋아하는 친구 등 

각자 좋아하는 게 다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른들은 우리에게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어!”라고 말하며

우리의 좋아함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 말에 굴복당한 착한(?) 아이도 있었고

몇 번 저항하다가 굴복당한 덜 착한(?) 아이도 있었고

끝까지 저항하다가 굴복당한 못된(?) 아이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은 우리의 좋아함을 굴복시킬 수 있는 

대단한 존재가 아니었는데 

우리는 그들이 내린 결론이 마침,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인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장 열받는 건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어”라고 말했던

어른 중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아는 어른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끝까지 해본 어른이 없다는 걸

어른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어른이 되었고 

친구 중에는 자신의 좌절감을 세상에 복사시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똑같이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어”를 말하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끝까지 저항하다가 굴복당한 

못된 아이가 어른이 되어 

이제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려고 작정했어도

모순적으로 내가 뭘 좋아했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맞아.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자.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 없다”라는 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사실 몰라요”를 

그럴싸하게 포장한 말이니 

대신 난 무엇을 좋아했었는지 종이에 적어보자.


처음에는 적히는 게 없어서 당황스러울 거다.

괜찮다.

누구나 처음은 다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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