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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피커 안작가 Dec 04. 2023

왼손잡이로 살아가는 건 고집이 센 게 아니다

나대다 보니 나 되었다

내가 유치원을 다닐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유치원 원장 선생님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아이가 왼손을 쓰는데,

제가 오른손을 쓸 수 있도록 해볼게요.”

엄마는 괜찮다고 했지만

원장 선생님은 자기가 어렸을 때 왼손잡이였는데

왼손을 쓴다는 이유로 혼이 많이 났기에

나를 정상적으로(?)

한 번 고쳐보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사실 표현을 이쁘게 했을 뿐,

내가 어렸을 때 왼손잡이는 심각한 일로

받아들여졌던 세상이었다.     


그날부터 원장 선생님은 나를 오른손잡이로 만들기

위해 나름 노력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는 걸 먼저 보여주셨고,

왼손에 있던 연필을 오른손에 쥐여주셨다.      

그러나 원장 선생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원장 선생님이 자리를 뜨자마자 오른손에 있던

연필을 다시 왼손으로 옮겨서 글씨를 써버렸다.

원장 선생님이 다시 돌아오셨을 때

왼손을 쓰고 있는 나를 보시곤

다시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여주셨지만,

나는 원장 선생님이 떠나자마자

연필을 다시 왼손으로 옮겨 잡았다.     


결국 원장 선생님은 포기를 외치셨다.

그리곤 엄마에게 전화해

“이렇게 고집이 센 아이는 첨 보네요.

아무리 해도 말을 안 들어요.”라고

말씀하시며 엄마에게 죄송하다는 말까지 전해주셨다.

엄마는 미안하게 뭐가 있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주셨다.     


그런데, 정말 내가 고집이 센 아이였을까?

사실 지금도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곤 한다.

그렇다면, 고집이 세다는 건 무슨 뜻일까?

고집이 세다는 건 자기주장이 명확하다는 뜻 아닐까?

내가 생각했을 때 아니라는 판단이 생긴다면,

의문을 던지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     


내가 고집이 세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우를 생각해 보면,

나의 의문에 답을 해주는 어른은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의문을 가졌다는 것에 흥분할 뿐,

그 의문에 대답해 주는 어른은 없었다.

의문을 던졌을 때 합당한 이유가 돌아왔다면,

나는 납득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의문을 던진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아이,

건방진 아이, 세상에 불만이 많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고집을 부리지 말라는 건,

다른 사람들은 그냥 아무런 의문 없이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니, 자기 색깔 없이 평범하게 살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나에게 저렇게 말한 어른들이 나쁜 어른들이었을까?

아니었다. 정말 착한 어른들이었다.

그전 세대가 시키는 대로 척척 잘 따라줬던 어른.

자신의 의문을 숨긴 채 저렇게

착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상대방의 의문을 나쁜 것으로 세뇌당한 착한 어른들!     


1997년 DJ DOC가 <DOC와 춤...>이라는 노래로

대한민국을 멘붕에 빠트렸던 적이 있다.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잘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그러나 주위 사람 내가 밥 먹을 때 한마디씩 하죠

너 밥상에 불만있냐

옆집 아저씨와 밥을 먹었지

그 아저씨 내 젓가락질 보고 뭐라 그래

하지만 난 이게 좋아 편해 밥만 잘먹지

나는 나에요 상관말아 요요요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괜찮을 텐데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 봐요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  

다 같이 춤을 춰봐요 이렇게>     


DJ DOC처럼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스우파, 쇼미 더머니, 골든걸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제목에 <DOC와 춤>이라고 당당하게 정하지 못하고

제목에 <....>을 넣은 걸 보면

저 당시에 DJ DOC가 노래를 내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로 살아간다는 건,

나에게 던져진 <...>을 받아들이는 것 아닐까?

그렇게 자유롭게 나대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나 되지> 않을까?


난 고집이 센 게 아니다. 내 주장이 확실한 것일 뿐.

그러니, 설득하려고 하는 당신이 고집이 센 거야!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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