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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험디자이너 나음 Feb 04. 2022

모범생의 다른 이면 _데미안

2022 나다움을 찾기 위한 글쓰기 35

오늘은 내향적인 사람들의 관계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모범생의 다른 모습>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풀어 보려고 합니다. 내향성과 외향성은 좋고 나쁨이 없으며, 본 글에서 내향적인 사람에 대한 모습 묘사는 과거의 작가의 모습에 기인한 묘사임을 먼저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경험 개방의 과정을 통해 나다움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데미안에서 얻은 인사이트 문구들을 기반으로 저의 이야기와 생각을 풀어내며 철학을 정립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오늘 제가 내향적이었던 저의 과거 모습에 대한 회상을 하게 한 데미안 인사이트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승에게 반발하는 모든 사상이 독이 묻은 가시를 드러내며 심장을 질러대고 그것을 막으려는 일격들이 되돌아와 제 얼굴을 정확히 가격하고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건전하다고 여겨왔던 사람들은 배신과 배은망덕이라는 단어의 야유나 낙인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충격과 공포에 사로 잡혀서 소심하게 유년기의 미덕이 있는 사람스러운 골짜기로 다시 숨어 들어서 곧 이것과도 단절되고 이 유대도 갈기갈기 찢길 거라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데미안


여러분들은 모범생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조용하고 꼼꼼하며, 선생님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

공부 잘하고 사교성이 좋으며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하는 아이?


각자 모범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르겠지만 저는 전자의 이미지를 가진 평범한 모범생이었습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관계하고 여러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며 봉사하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이전에 브런치에 쓴 글 중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도 이야기되어 있지만, 

오늘은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면의 나는 어떠하였는가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가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 깊이 공감이 되지 않지만, 공감되는 척하게 되는 주제들이 있습니다. 

친구의 고민을 들으며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나의 이야기와 고민은 이야기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분명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하고 있지만 충분한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때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내향의 성향을 가진 유년시절 저에게는 알 수 없는 공백의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친구들이 재미있어하는 주제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내가 이상하네... 

내가 대화에 끼면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두려워..

내 고민을 이야기했을 때 친구가 날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어떻게 하지...

내 의견을 이야기할 때 친구들이 나를 미워할까 무서워...

모범생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였지만, 내면의 그림자는 더 짙어져만 갔던 유년시절

나를 들어내는 일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타인의 오해와 미움이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 것만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왜 생겨났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 안에 스스로를 들어내는 것이 어려운 아이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속에서 제가 찾은 돌파구는 완벽한 사람은 없고, 나 자체로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자기 신뢰가 필요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짐작컨대 저는 착한 프레임에 가두고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때론 완벽함이 오작동하여 결핍을 만들어 낼 수도 있거든요. 


어두운 자아는 나에 대한 믿음의 부족과 타인에 대한 신뢰의 부족이 합쳐진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평범한 모범생은 완벽한 자아를 꿈꾸다 외로움을 느끼는 작은 아이가 되어버렸죠.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면 과거의 내가 너무 안타깝게 느껴질 것 같아.

최근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나름의 해법을 함께 이야기하겠습니다. 


최근 알고리즘으로 인해 영상을 무의식적으로 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알고리즘에 걸려 노출되는 영상중 제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영상은 물감으로 작품을 그리는 영상이었습니다. 

사실 똥 손인 저는 물감을 가지고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때로는 단순하게 시작된 붓질이 결과적으로는 멋진 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보며 인생을 살아가는데 얽힌 실을 풀어주는 태도를 생각해 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경계를 넘는 것이 어려운 사람입니다. 계획을 짜면 그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마음이 편하고, 그림을 그리면 연필로 그린 밑그림의 경계를 넘는 색칠은 하지 않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할 때도 2D는 평면 디자인이어서 경계가 뚜렷함에 흥미가 생겼지만, 3D의 영역은 경계가 겹쳐지는 요소와 음영들로 인해 어렵게 느껴져 포기했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그림 영상과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왜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그림 영상에서 발견한 해법은 경계를 넘는 것에 있음을 이야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관계에 두려움, 완벽하고 싶다는 생각은 제가 무의식 중에 설계한 저만의 경계를 넘지 못함에 있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은 붓질에 거침없습니다. 밑그림을 침범하고 과감한 색상을 칠해도  그 위에 다른 색을 덧 데어 내가 원하는 입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냅니다. 


혹시 저처럼 경계를 넘는 것이 두려워 보이지 않는 이면의 결핍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과감 없이 붓질하시길, 실수해도 삐죽 튀어나와도 새로운 것으로 덮어낼 수 있는 힘을 키우면 

덮어낸 경험들이 자산이 되고 나의 색깔을 대변할 수 있는 요소가 되어 처음의 설계와 완벽히 같진 않지만

그래도 멋있는 결과물이 되어 있을 것임을 한번 믿어 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내 붓질 하나하나가 쌓여 꽤 그럴듯한 모습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직접 붓가는데로 그린 백드롭 페인팅 작품 <경계 넘어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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