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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Oct 30. 2023

|똑딱똑딱

 똑딱똑딱. 천장의 모서리에 시계가 있다. 지금은 6시 32분을 가리키지만 이렇게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면 이번에는 8시 57분을 바라보고 있다. 눈을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마다 시계가 가리키는 곳은 계속 달라진다. 어쩌다 한 번쯤은 시간이 변하지 않는 순간도 있지만, 딱히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똑딱똑딱. 시계에는 규칙이 있다. 어쩌다 알게 된 사실인데 시계는 정각을 가리키지 않았다. 시계를 읽을 때마다 아홉 시, 다섯 시 등. 이렇게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시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을 깜빡여 봤지만 시계 침은 어느 순간도 정각을 가리키지 않았다. 그래서 실험을 하기도 했다. 분침이 58분, 59분을 가리키고 있을 때 눈을 감지 않고 기다려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나는 분명 더 버틸 수 있었는데, 내 눈이, 알아서 눈을 감아버렸다.


 똑딱똑딱. 바다에 왔다. 수많은 시간을 추억으로 쌓아두고 있는 곳.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 너와 나의 우리이기도 했다. 파도가 가져가는 건 모래뿐만이 아니다. 파도에 발을 간지럽히는 순간과 파도 소리에 뜨거운 마음을 빼앗긴 순간, 파도가 보여주는 허무한 찬란에 눈부셔 눈물 흘리던 순간. 모든 이들의 내음을 바다에 넣어두기 위해 파도는 우리의 시간을 가져갔다. 그렇게 빼앗긴 시간이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이 빼앗겨버려서, 이제는 우리가 우리 인지도 잘 모르겠다. 너가 너인지. 내가 나인 지도.


 똑딱똑딱. 현재 시간은 3시 15분. 어쩌면 5시 48분. 그 사이 어딘가를 지나고 있다. 오늘은 집 앞 학교를 걸었다. 우리는 그 거를 우리만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하며 아이들이나 할 법한 이야기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 서로의 걱정이 묻어나던 목소리로, 때로는 서로가 싫어하는 누군가의 험담으로, 가끔은 서로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그렇게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을 만들고 싶었다. 끝이라는 걸 알면서도 걸음을 좁혀 억지로 더 오래 걷는 길. 눈앞에 보이는 종착점에 닿고 싶지 않아서, 우리는 그 많은 이야기로 이 거리를 채웠다.


 똑딱똑딱. 시계가 멈췄다. 시계는 멈췄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아. 눈을 깜빡이면 시간이 바뀌는 시계.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그런 시계를 가지고 있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시계가 정각을 가리키지 못한 것처럼 너의 시계도 어딘가에는 오점이 있겠지만, 우린 이미 알고 있잖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걸. 시계가 멈추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시간에서 살 수 있어. 그렇기에 그 현재가 다시 우리를 채워줄 거야. 언젠가는 먼지처럼 흩어질지도 모르는 지금이겠지만 모든 바다에, 모든 거리에. 네가 있고 내가 있을 테니까.


 똑딱똑딱.



 맞아.

 사실 이건 시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아니야.


 똑딱똑딱

 똑딱똑딱


 똑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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