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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Jan 18. 2024

|하고 싶은 말, 그러나 전해지지 않았으면.

 당신은 왜 나를 떠났나요. 그렇게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인연이었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당신의 사랑을 나는 영영 알지 못하겠죠. 당신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래도 내 기억 속 당신의 절반은 선했었는데, 그 속에서 당신은 그다지 나쁜 사람만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가끔씩 당신이 없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배웠으니까요. 또 가끔은 원망스럽기도 해요. 나는 평생 동안 당신의 존재조차 확신하지 못하고 살아갈 테니까. 내가 원망하는 당신의 얼굴도, 모습도 기억이 안 나요. 단지 어느 장면의 실루엣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에요. 그 신기루가 그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보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언젠가라도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요.


 내게 이미 당신은 존재 의미를 잃었고,

 그 무의미 속에서 당신을 천천히 죽여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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