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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Feb 07. 2024

|꿈을 꾸었다.

 당신이 나에게서 멀어지는 꿈.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는 걸 안다. 나는 그걸 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실수가 아니라고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을까. 왜 그랬어야만 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그 길을 걸어야 했나.


 나는 행복할 때, 동시에 불안을 품는다. 이 행복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거대한 행복 뒤에 엄습해올 불행은 과연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될까 불안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불행은 그 자체로 불행이 되는데, 나는 왜 행복에서도 불행을 찾고 있는지. 온전히 행복할 수 있는 법. 수년을 노력해도 가닥조차 잡히지 않으니, 나는 그런 쪽에 재능은 없는 것 같다.


 꿈은 현실이 반영된 이미지다. 설령 잠들기 전까지 행복을 외쳤다 하더라도 마음속 불안을 덮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 불안감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결국 처음으로 돌아간다.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이미 흘러온 시간을 뒤집을 수는 없다. 앞을 보고 나아가도 시원찮을 시기에 나는 자꾸만 구덩이를 파고 땅속으로 들어간다. 나는 정말 행복을 바라기는 하는 걸까? 나의 행동이 의심스럽다.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


 또다시 당신을 잃고 싶지 않다. 현실에서는 더 이상 눈물조차 흐르질 않는데, 그 꿈속에서 나는 정말 많이 울었다. 만약 이곳에서도 내 진심이 당신을 무너뜨리게 된다면, 그동안 막아놨던 댐을 터트리듯 나는 그 자리에서 익사해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떠나지 않기를, 내게서 멀어지지 않기를 나는 단지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나의 기도는 신에게 올리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내가 믿을 것은 사람뿐이라고 여겨왔으니까. 그러니 이 기도는 너에게 보내는 것이다. 꿈속의 네가 현실에 있으리라고 장담하지 못하지만, 기도는 그러한 것이 아니던가. 원하기에 간절해지는 것. 그러니 부디 내 기도에 응해주길 바랄 뿐이다. 이제는 무엇과도 이별하고 싶지 않다. 내가 바라는 수많은 불가능성 중, 이것이야말로 가장 허황된 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토록 간절하다. 견디면 견딜수록 이별에 대한 내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언젠가 찾아올, 어쩌면 곧이어 찾아올 이별을 나는 견뎌낼 수 있을까. 


 내 꿈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불안이 실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요즘 들어 정리되지 않는 생각이 참 많다.


 아마, 너무 많은 꿈을 꾸어버렸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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