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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Feb 18. 2024

|어떤 북토크

일상

 하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이야기. 낯선 이들 사이에서 나는 잘도 그런 이야기를 뱉어댔다. 나의 글에도 들어내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심하게 요동치는 심장박동에 나는 어릴 적 버릇을 따라 손목의 맥을 짚었다. 촉각이라는 하나의 감각을 더해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더 명확히 확인하려는 것이다. 나는 왜 떨리는가. 처음 참석하는 행사, 처음 보는 장소, 처음 보는 사람. 그것이 정의하는 새로운 경험.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들의 집합체였다. 난 새로운 게 두렵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낯설고 어색한 것들. 낯설게 보이는 것,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내 정서의 안정을 비집고 들어온다.


 맥을 짚는 일이 나의 긴장을 완화시켜주지는 않는다. 그 상황을 직면할수록 더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그렇게 내 정서를 옥죄이면서 나는 더 빠르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게 정답이든 오답이든, 그 순간의 나에게 중요한 건 나를 파고드는 상황을 어떻게든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제스처를 취해야 할까. 어떤 언어를 뱉어야 할까. 떨림을 감출 수는 없으니 모두에게 알리는 것을 택한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미흡하지만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뱉었다. 그 자리의 빛나는 사람들이 괜찮다며 나를 다독인다.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려던 마음이 급히 방향을 틀어 유턴했다. 여름 감기의 불쾌한 떨림이 추운 겨울의 자연스러운 떨림으로 탈바꿈한다. 자연스러운 것. 내가 가장 선호하는 감정이다. 말하는 동안의 떨림은 여전했으나 불편한 건 아니었다. 조금 이상한 말이다. 나는 떨고 있었지만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위태를 지나 호기롭기까지 했던 이벤트가 순조롭게 지나간다.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 뱉은 말덕분에 나의 이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기도 했다. 한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던 내가 지금은 버스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나의 이름을 지었던 때 나는 공교롭게도 버스를 타고 있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보고 싶은 작은 욕심이랄까. 지금 이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기만 했던 그 순간이 축복이 되었다는 증명이 아닐까.


 아마도 다음이 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떨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곳에서 배운 어떤 문장을 따라,


 '떨림은 익숙함에 단련되고 말지만, 설렘은 거부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처음이다.'


 나는 이제 그곳에서의 떨림을 설렘이라고 부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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