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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May 14. 2024

|허상의 바다

 푸른 기억은 바람을 흩날린다. 바람은 부서져 송곳에 관통하고, 아프지 않게 뚫어진 모진 구멍에는 또 다른 바람이 스며들어 어떤 이의 기억이 된다. 순환이다. 이건 내가 태어난 과정이며 내가 만들어간 나의 세상이다. 한없이 꿈꾸는 자아와 그것을 끌어당기듯 계속해서 뒤집어지는 모래시계 같은 것. 나는 나의 양면성이 두려워 감추고자 하였으며, 그래서 멈추지 않는 무한한 꿈을 꾸기를 서원했다. 내 안의 또 다른 새싹. 푸름과는 거리가 먼 빛을 잃은 세상 속의 너. 나는 너의 등장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강물에 비치는 파도. 그건 우리네 모습이 투영된 바람의 잔상과 같다. 한없이 고요한 줄로만 알았던 미적지근했던 강은 어느새 해일을 일으켜 생명의 원천인 물로 하여금 태양을 가리고자 했다. 끝없는 하늘로 이어지는 물의 장벽. 그것을 허구라 믿는 이들은 결코 그 벽을 넘지 못한다. 스스로 만든 허상이 현실로 뒤바뀌는 순간 세상은 오직 나만의 것이 되어줄 것이고 동시에 너는 고요와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 이치에 너를 보내며. 나는.


 역풍이 불어온다. 나의 푸름이 빛을 잃는다. 어느새 자리를 옮긴 기억은 너에게 전이되어 나를 지우고 말았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 그것을 마주해야만 한다던 어떤 이의 말에. 나는 휩쓸리고 만다. 너는 생각보다 강했구나. 그도 그럴 테지 나의 절반은 너와 다름없었으니. 나 혼자 그곳을 건너겠다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내가 꾸는 꿈만큼이나 너는 사라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꿈을 꾸었겠지. 그렇게라도 살고자 했겠지. 너에게는 내가 빛을 잃은 사막으로 보였을 테니까.


 계곡은 강이 되고 강은 바다가 된다. 바다는 무얼 위해 꿈을 꿀까.

 나는 지금, 그 푸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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