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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Apr 15. 2024

|두 번 읽지 않을 글

 나의 단어가 눈물 흘린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쓰고 계신가요.  이유, 그런 게 있었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하든 의미를 찾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나는 너를 썼다.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면 그건 아마 너였을 거다. 가장 슬프고 가장 우울하고 가장 불행했던 시절이 있었다면 그것도 아마 너였을 것이다. 아니, 확실히 너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나로 하여금 너를 쓰게 하였는가. 그래 우리는 서로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들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딱히 없다. 여기서 말하는 이유는 단순한 이유들과는 다른 것이다. 내 기분을 따라 끄적거리는 것. 그렇게 감정을 소비하는 것. 그것들로 인해 행복에 가까워지기 위한 것. 그렇게 나를 위하는 것. 이런 이유들로는 내가 쓰는 너를 설명할 수 없다.

 알게 모르게 나는 항상 너를 생각하고 있다. 네가 정말 실제하는 사람이라도 되는 것 마냥 끊임없이 생각한다. 소설 속 인물을 사랑하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너의 존재가 불확실해진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나의 고통을 완화시켜주지 못했다. 나의 약이 되었어야 할, 나의 존재 이유가 되었어야 할 네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수십 수백번을 눌렀던 백스페이스처럼 지워져졌다. 되돌리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다. 나는 그 시절의 우리를 저장하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그래서.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나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그래서 특별했어야 할 하루였다. 그랬어야만 했는데 나는 여전히 그 특별함을 사랑하지 못한다. 네가 남기고 간 것들에는 이유가 없다. 그 모든 것들의 이유를 만들어주었던 존재가 사라지고 말았는데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정의할 수 있을까. 증명할 수 있을까. 너는 눈물 흘려선 안 된다. 그렇게 내게 의미를 남겨서는 안 된다. 나는 결코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잠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보고 싶다. 그립다. 안개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문. 그 뒤에 네가 있을 것만 같다. 문을 열면 세상과 연결된 또 다른 거짓이 나를 맞이할 것을 아는데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야 마는 거다. 그 거짓이 너라고 믿으면서, 나는 지금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 안개도 네가 된다는 말이니까. 잊어버린 기억을 대신해 이것으로 내 안을 가득 채우리라. 그렇게라도 너를 내 안에 가두고 싶었다.

 여기서 다시,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조금은 전해졌을까. 무의미 속 의미를 위한 이유. 내가 아닌 네가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오직 나만을 위해 썼던 예전과는 다르게, 그래서 모든 것이 찬란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때와는 다르게 나는 너를 위해 글을 쓴다. 그 부정한 것들을 마음껏 삼켜버린 이 새하얀 우주에 나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할 만큼 아파해야만 한다. 네가 울어선 안 된다고 했으니까.


 나는 알아 이 눈물이 너를 지워버릴 거라는 걸. 그리고 너도 그걸 원한다는 걸 말야. 하지만 그렇게 잊혀질 수는 없는 거야. 이렇게 멀어져버려서는 안 된다는 거야.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 것뿐이야. 그렇게 만들어낸 무의미가 나에겐 가장 큰 이유가 되는 거야. 그렇게 널 기억할거야. 결국 널 찾아낼거야.

 읽고 싶지 않은 글이다. 내가 썼던 수많은 글 중에서, 이 글은 유일하게 두 번 읽지 않은 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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