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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동나동 Dec 18. 2022

2022년 결산과 2023년 미리 보기

1.

사람이 한 번씩 체력이 확 꺾인다고 느끼는 해가 있다고들 한다. 나는 올해다.


2.

지난 3~4년간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십 년 학원강사 생활 접고 시작했던 사회활동에 큰 굴곡이 있었고, 엄마가 오랫동안 아파서 가족들이 두루 힘들어하다가 올해 큰 건이 하나 터졌다.


3.

다시 시작한 학원 강사는, 사람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일타강사는 절대 아니고, 하기 싫어 죽겠다가 이제 좀 다시 의욕을 찾은 정도의 상태다. 매일 가기 싫어와 그래도 이거밖에 할 게 뭐 있나를 오가는 상태다. 근데 이제 징징거릴 수준은 벗어나서 다행인 정도.


4.

이 와중에 협동조합 이사장과 새집 짓기라는 프로젝트가 추가돼서 매일같이 머릿속에 돈돈돈 거리며 살았는데, 사랑하는 동생까지 아파서 상반기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5.

예전에는 큰 도전이 오면 함성을 지르고 그래 어디 해보자 이런 스타일이었는데, 이젠 그게 버겁고 그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 잔잔하게, 가늘고 길게 살고 싶은 마음.


6.

결론을 항상 긍정적으로 마무리하는 습성이 있는데,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지난 3~4년의 마음고생이 조금씩 끝나가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어서다. 솔직히 잘 모른다. 요즘은 내 기분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그냥 기분이 매일 오락가락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명치끝에 딱 걸린 것 같은 체기가 조금 내려간 것 같은 정도로 만족하며 산다.


7.

아마도 새집 입주가 관련이 있을지도. 목적의식적인 인간이라 하나의 목표가 달성된 것에 대한 만족감 같은 것. 이제는 삶이 그렇게 비약적으로 확확 건너뛰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굴곡이 때론 가파르게 올라가거나 내려가지만 크게 보면 모두 연결되어 있어, 어느 지점도 돌파하지 않고 건너뛸 수가 없다. 조금 나아지는 것이리라.


8.

이 와중에도 새로 배운 배드민턴, 늘 즐거운 등산과 자전거 여행 등 삶은 여전히 새로운 것들로 가득해 언박싱을 기다리는 선물상자처럼 가끔 설렘을 준다. 이런 즐거움들이 지난 삶의 여정을 통해 다듬어진 습관임을 기억하자. 다시 한번, 거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소한 즐거움조차 반복적인 노력의 결과물임을 잊지 말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노력해 준 덕분에 존재한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도 내일의 나를 위해 노력할 일이다.


9.

코로나를 경유하며 살이 많이 쪘다. 내년에는 몸 만드는 일에 집중해보자. 글 쓰는 일에 흥미를 많이 잃었다. 하지만 4번째 책을 내기로 약속한 만큼 내년 상반기에는 억지로라도 텐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글쓰기 텐션을 끌어올리려면 많이 읽어야 한다.


10.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기로 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잊지 않기로 한다. 세상에 혼자 뿐이라는 이 고립감에 절대 지지 않기로 한다. 나를 방치하지 않기로 한다.  어떻게든 함께 사는 길을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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