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 : 자기화
매일 아침, 새벽같이 일어나 스트레칭과 명상을 실천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손에는 이미 스마트폰이 들려있습니다. SNS에 빠져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출근시간에 늦었습니다. 부랴부랴 씻고 준비하는 사이 명상과 스트레칭을 하려던 마음은 온데간데 사라져 버렸습니다.
출근하는 길.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 책을 읽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게임 화면 뒤로 흐려져 버립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중요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메일과 SNS를 읽는데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는 업무 효율이 떨어져 일정을 지키지 못합니다. 저녁에 꼭 봐야 하는 TV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못다 한 업무는 내일로 미룬 채 서둘러 퇴근준비를 합니다.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자리를 잡은 스스로를 칭찬하며 프로그램 속으로 빠져듭니다.
잠자리에 들 무렵, 나 자신이 답답해집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지만, 다음 날도 비슷한 패턴은 반복됩니다.
한때 저의 모습이 그랬습니다. 뭔가를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3일은커녕 3시간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뱃살을 보면 '아, 운동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뒤돌아 서면 운동이라는 생각이 사라져 버리는 식이었죠.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생각들은 지나가버립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스로 의지가 약한 사람,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관념에 붙잡히기까지 합니다. 계속적인 패배의식이 무의식 중에 쌓이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거인의 노트'라는 책에서는 '자기화'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떤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며, 이해를 해야만 자신의 것이 된다는 의미인데요. 낯선 무언가가 자신의 일부가 되는 과정이 그리 녹록지는 않을 것입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수도 있고, 어쩌면 강한 거부감을 느껴서 어렵다 느껴지기도 할 것입니다. 한두 번 시도를 해보고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을 한심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많은 것을 잃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실수가 반복될수록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려는 시도는 점차 소극적으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더 나은사람으로 만드려고 시도할수록 스스로에 대한 한심한 감정만 남는데 어느 누가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요? 그에 따른 책임 또한 스스로 지게 되겠죠. 이러한 결과는 문제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초점은 바뀌지 않는 행동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에 맞추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습관화된 행동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바뀌지 않을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시도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행동이든 생각이든 말이든 그 무엇이든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머릿속에서 조종을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바꾸려는 시도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우리의 머릿속 구조를 바꾸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서는 신경전달세포인 뉴런들이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가 말도 하고 생각도 하고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뉴런의 작동에도 관성과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동이나 생각, 말 등을 습관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마치 눈 위로 지나간 썰매자국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눈이 두툼하게 내려앉은 넓은 들판을 생각해 봅시다. 이곳에 썰매가 지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썰매가 지나간 자리가 눈 위에 새겨지겠죠. 그럼 그다음에 지나가는 썰매는 어디로 지나갈까요? 앞서 지나간 썰매가 남긴 자국을 따라 지나가게 됩니다. 한번 생긴 자국으로 지나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과정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뉴런의 관성적 특징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썰매자국은 더 깊고 매끈하게 다듬어질 것입니다. 이것은 곧 습관화된 어떤 것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행동을 바로잡으려 해도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것은 당연하겠죠.
그렇다면 썰매자국은 영원히 없애지 못하는 걸까요? 완벽하게 없애진 못하더라도 약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이 관성적 특징을 역이용한다면 말이죠. 이것이 바로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기존의 썰매자국을 없앨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잘못된 습관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썰매자국을 만드는 것뿐이죠. 기존의 썰매 자국을 없애려 노력하면 할수록 더 강화시키는 꼴이 되어버릴 수 있거든요.
기존의 습관화된 행동이 자신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았다면 그 즉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다만 당장 바뀌지 않더라도 절대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연결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또 다른 썰매자국을 만들고 말 것이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해서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바뀌지 않는 자신을 탓하는 게 아니라 시도하지 않는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자기화한다면 스스로를 꾸준히 발전시켜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계속 시도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시도하는 것 자체를 까맣게 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시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혹자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다른 관심사나 생각들을 쫒다 보면 중요한 일들을 자주 놓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눈만 뜨면 관심을 가져가 버리는 이런저런 정보들 사이에서 더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중요한 일을 떠올리고 그것에 집중을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죠. 따라서 자신의 목표나 중요한 일들을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킬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드디어 이 부분에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등장합니다. 바로 기록하는 것인데요. 목표에 관한 기간과 상세 행동 지침등을 정리한 기록을 통해 분산된 관심을 가져와 다시금 집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도구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정확한 문제 정의와 효과적인 도구를 통하여 매일의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도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 것입니다. 자신을 꾸준히 돌보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나아가야 할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오늘도 새로운 썰매 자국을 만들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