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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Aug 05. 2024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것

거지 근성 : 두려움을 가장한 욕심

    학창 시절 자주 오가던 지하철 역 주변에는 노숙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들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어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걸까?' 

    몇몇 노숙자들은 그나마 돈을 얻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에게 두 손을 벌려 구걸을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모여 앉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길거리에 누워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자신들의 상황을 더 나은 것으로 바꾸기 위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전혀 그것에 관하여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노숙자에 관한 뉴스기사를 접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었습니다. 노숙자들은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먹고, 자는 것 이외에 그들은 어떤 것에도 의욕이 없었습니다. 마치 주어진 주변 환경에 따라 살아가는 동물과도 같이 말이죠.




    저는 매일 같은 쳇바퀴 안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벗어나기로 결심한 이후 삶에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막막함에 의지가 꺾여 버리는데요. 

    '이 정도 했는데 왜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지?'

    '나와 맞지 않는 걸까? 이제 그만해야 하나?'



    이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점령하고 나면 다른 생각이 들어갈 틈조차 내주질 않았습니다. 내면을 장악해 버린 두려움이 그 원인이라 생각했죠. 그리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돈 버는 버는 뇌'라는 책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를 가로막는 무언가는 사실 두려움이 아니었습니다. 원인은 바로 '거지 근성' 때문이었습니다.



    거지 근성을 요약하면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남에게 공짜로 얻으려는 기질

    2. 노력보다 큰 보상을 원하는 욕심

    3.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 부족

    4. 남에게 받는 것을 당연시 여김

    5. 보상을 전제로 행동을 하는 특성


    이중에서도 [노력보다 큰 보상을 원하는 욕심]이 저의 의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충분한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충분한 노력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더 노력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면 됐어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했습니다. 이러한 '거지 근성'이 나의 사고방식을 좀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일들을 추진할 때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데요. 그러한 순간들을 곰곰이 되짚어 보면 많은 경우에 두려움을 가장한 욕심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더 쉽고 빠르고 편한 길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쉽고 빠르고 편한 길이라도 임계점은 존재합니다.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욕심의 영역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죠. 욕심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통제력이 사라집니다. 통제력이 무너진 배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사고가 나서 가라앉든 그냥 가라앉든 결국 가라앉기 때문입니다.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한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 사기를 당하기 쉽습니다. 더 빨리 성공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더 빨리 망하기 쉽습니다. 더 편하게 일하려 욕심부리는 사람은 얼마 가지 못해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삶의 진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누가 콕 짚어 말해주지 않아도 잘 알지요. 그러나 막상 자신이 욕심의 영역에 놓여있는 경우에는 그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동일선상에서 출발하여 이기려면 상대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하물며 뒤처진 출발선에서 출발했다면 더 죽을힘을 다해 뛰어야 합니다. 충분한 노력이란 없습니다. 성과나 보상이 나오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힘에 부칠 때마다 '거지 근성'은 속삭입니다. 

    '그만하면 할 만큼 했어.' 

    '보상이 없잖아. 뭐 하러 계속해?'

    라고 말이죠.

    

    자신의 내면에 거지근성이 뿌리 박혀 있다면 그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변화는 시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바꾸어 나가면 됩니다. 매 순간 수많은 두려움이 내면을 휘감겠지만 침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알고 나도 아는 삶의 진리를 적용해 나가는 것이죠. 확신을 가지고, 한 단계씩, 꾸준히 해 나가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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