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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경영하는 방식

명확성 : 우선순위의 미학

by 나들이

어린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왜 그리도 공부가 하기 싫었던지. 어른이 되어 후회스럽기도 하면서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역시나 공부는 하기 싫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학이라도 되면 방학 숙제는 뒤로 미루어 둔 채 놀기에 바빴는데요. 참 희한하죠. 빨리 나가 놀고 싶어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분주하면서도 꼭 해야만 하는 방학 숙제는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방학이 끝나고도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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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습관이 남아 있어서 일까요? 어른이 된 지금도 중요한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음에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중요한 일을 미루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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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알면서도 이 같은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 걸까요? 아마도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쫒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학 숙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놀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숙제하기를 미루게 되는 것이죠. 어른이 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 빠져 한참을 들여다보면서도 다음 주에 있을 회의 준비는 미룬 채 바빴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속일 때도 있었습니다.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핑곗거리가 되어 중요한 어떤 일을 미루는 상황도 만들었었죠.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이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습관적으로 중요한 일을 미루는 바보일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인생 너무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는 지론을 펼치는 소신론자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일을 알면서도 미루는 행태에 대해 그것이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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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에 관한 해답을 '힘든 일을 먼저 하라'라는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목표'가 그 원인이었던 것인데요. 저는 습관적으로 중요한 일을 미루는 바보도 아니고 인생 대충 즐기며 살자는 소신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단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던 것이죠. 목표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거나 미국 대통령이라도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뭐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목표화 하여 단계별로 추구해 나가는 여정을 꾸려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저의 목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저의 목표 중 하나는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하이랜드 지역을 트레킹 여행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이 목표는 계속해서 미루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몇 년째 미뤄지고 있는 목표이기도 하지요.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세부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목표 : 하이랜드 트레킹 여행하기

1. 여행 경비 마련하기

2. 2주 정도 업무에 지장 없는 상황 만들기


이 두 가지 세부 목표에 관련한 실행 목표를 더 세울 수 있겠네요. 왜냐하면 아직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목표니까요.


목표 : 하이랜드 트레킹 여행하기

1. 여행 경비 마련하기

1-1. 매월 50만 원씩 지정 통장에 저금하기

1-2. 수익 파이프 라인 늘리기


2. 2주 정도 업무에 지장 없는 상황 만들기

2-1. 업무 자동화

2-2. 이메일 등 원격 업무 시스템 자리 잡기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처음보다 목표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세부적인 실행 목표를 세운다면 더욱 명확하게 목표를 인식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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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주축이 되는 목표 뒤에는 실행 가능한 작은 단위의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실행 목표가 함께 있어야 방향성을 잃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 방향성은 하루하루 정진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다 물밖를 보았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그것처럼 두려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방향성을 잃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입니다. 결국 지쳐서 물에 가라앉게 될 것이니까요.




명확한 목표를 갖는 일, 그리고 그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뚜렷한 세부 목표를 정하는 일이 삶을 경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중요한 일을 해 낸다면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만들어지고, 매일매일이 소중하고 보람 있는 하루가 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방향성을 잃지 않고 허둥대지 않도록 나를 잡아주는 도구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두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말하던가요? 오늘부터는 조금 더 바빠지겠네요. 내 안의 흐릿한 목표들을 꺼내어 재정비해야 하니까요. 벌써부터 달라질 내일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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