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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Jul 29. 2024

삶을 경영하는 방식

명확성 : 우선순위의 미학

    어린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왜 그리도 공부가 하기 싫었던지. 어른이 되어 후회스럽기도 하면서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역시나 공부는 하기 싫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학이라도 되면 방학 숙제는 뒤로 미루어 둔 채 놀기에 바빴는데요. 참 희한하죠. 빨리 나가 놀고 싶어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분주하면서도 꼭 해야만 하는 방학 숙제는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방학이 끝나고도 숙제를 끝내지 못하고는 했습니다. 



    이러한 습관이 남아 있어서 일까요? 어른이 된 지금도 중요한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음에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고 한심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곧 언제 그랬냐는 듯이 중요한 일을 미루고는 합니다. 



    왜 알면서도 이 같은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 걸까요? 아마도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쫒기 때문일 것입니다. 방학 숙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금 당장 놀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숙제하기를 미루게 되는 것이죠. 어른이 된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 빠져 한참을 들여다보면서도 다음 주에 있을 회의 준비는 미룬 채 바빴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속일 때도 있었습니다.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핑곗거리가 되어 중요한 어떤 일을 미루는 상황도 만들었었죠.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찾고 싶었습니다. 나 자신이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습관적으로 중요한 일을 미루는 바보일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인생 너무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는 지론을 펼치는 소신론자인가?라는 생각도 해보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일을 알면서도 미루는 행태에 대해 그것이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관한 해답을 '힘든 일을 먼저 하라'라는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바로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목표'가 그 원인이었던 것인데요. 저는 습관적으로 중요한 일을 미루는 바보도 아니고 인생 대충 즐기며 살자는 소신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단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던 게 문제였던 것이죠. 목표라고 하니 뭔가 거창하거나 미국 대통령이라도 되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뭐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목표화 하여 단계별로 추구나가는 여정을 꾸려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저의 목표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저의 목표 중 하나는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하이랜드 지역을 트레킹 여행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이 목표는 계속해서 미루어질 것입니다. 실제로 몇 년째 미뤄지고 있는 목표이기도 하지요.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세부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목표 : 하이랜드 트레킹 여행하기

    1. 여행 경비 마련하기

    2. 2주 정도 업무에 지장 없는 상황 만들기


    이 두 가지 세부 목표에 관련한 실행 목표를 더 세울 수 있겠네요. 왜냐하면 아직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목표니까요.


    목표 : 하이랜드 트레킹 여행하기

    1. 여행 경비 마련하기

     1-1. 매월 50만 원씩 지정 통장에 저금하기

     1-2. 수익 파이프 라인 늘리기


    2. 2주 정도 업무에 지장 없는 상황 만들기

     2-1. 업무 자동화 

     2-2. 이메일 등 원격 업무 시스템 자리 잡기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처음보다 목표가 분명해진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세부적인 실행 목표를 세운다면 더욱 명확하게 목표를 인식할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주축이 되는 목표 뒤에는 실행 가능한 작은 단위의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실행 목표가 함께 있어야 방향성을 잃지 않기 때문인데요. 그 방향성은 하루하루 정진해 나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열심히 헤엄을 치다 물밖를 보았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면 그것처럼 두려운 일도 없을 것입니다. 방향성을 잃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입니다. 결국 지쳐서 물에 가라앉게 될 것이니까요.




    명확한 목표를 갖는 일, 그리고 그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뚜렷한 세부 목표를 정하는 일이 삶을 경영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중요한 일을 해 낸다면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만들어지고, 매일매일이 소중하고 보람 있는 하루가 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방향성을 잃지 않고 허둥대지 않도록 나를 잡아주는 도구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걸 두고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말하던가요? 오늘부터는 조금 더 바빠지겠네요. 내 안의 흐릿한 목표들을 꺼내어 재정비해야 하니까요. 벌써부터 달라질 내일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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