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릴 때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질문을 통해 명쾌한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인데요. 나 자신에게 묻는 질문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너, 못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그러면 곧 머뭇거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내 안의 어떤 녀석이 매우 적극적으로 수많은 이유들을 가져다 붙이긴 하지만 결론은 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못하는 것이거나 안 하는 것이거나.
'못한다'는 말에는 수동적인 개념이 상당 부분 개입합니다. 나 자신의 어떤 요인보다는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 할 수 없게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못한다' 쪽으로 기울었을 때에는 그 외부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할지 말지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리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지요. 게다가 부담도 적습니다.
반면 '안 한다'는 말은 능동적인 개념입니다. 나 스스로 하지 않겠다는 의미니까요. 아무리 많은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내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정에 따른 부담이 커지죠.
어느 날 '못한다'는 말을 즐겨 쓰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외부적 요인에 의해 못하는 것인지 나 스스로 하기 싫은 것인지 고심해 보려는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처음엔 못하는 상황이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그렇게 결정을 내리는 편이 마음도 편하고 쉬웠을 겁니다. 그리고 유리처럼 쉽게 깨져버리는 내면의 의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시도했던 개인적 실험은 아침에 달리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달리기에 관한 책을 읽고 시작한 지 벌써 1년 정도가 되었지만 항상 밤에 뛰었습니다. 아침에는 피곤하고 시간도 없어서 도저히 할 수 없다고 결정 내렸기 때문이었죠.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외부적 요인은 없었습니다. 단지 제가 결정만 하면 되었던 것이죠. '안 하는 것'임을 깨닫고 아침에 달리기를 하기로 결정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지금은 밤에 뛰는 것보다 아침에 뛰는 것이 더 좋아졌습니다. 더 일찍 일어나게 되고 몸도 더 가뿐해지더군요. 그리고 제일 좋은 점은 밤에 일찍 잠에 들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밤 시간에는 이런저런 유혹에 이끌려 새벽 늦게까지 잠 못 들기도 했었거든요.
또 한 가지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으로 변하는 실험이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술을 좋아했었는데요. 술을 먹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입에 대지 않은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술이나 담배를 끊는 경우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술, 담배를 끊는 사람과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둥, 사회생활 하기 어려워진다는 둥의 갖은 회유로 방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술을 먹지 않기로 결정하고 나니 그 결정을 어떻게든 지키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췌장염에 걸렸다. 살려면 술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 난 당신과 오래 보고 싶다.'라는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제 어느 자리에 가도 술을 권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말술'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것이 무색하게 술 없이도 즐겁게 술자리를 함께 할 수 있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혹시 '못한다'는 말 뒤에 숨어 자신의 가능성을 억누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명확히 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보다 성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앞으로도 수많은 결정이 남아있습니다. 그 결정을 스스로 내린다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