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몸짱이 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더랬습니다. 딱 벌어진 어깨, 각이 잡혀 툭 튀어나온 갑빠, 그리고 왕자가 새겨진 복근을 꿈꿨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운동을 하던 어느 날 팔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테니스 엘보라고 하는 증상이었는데요. 거의 모든 상체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팔의 다른 근육들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턱걸이를 했던 탓이었죠. 그리고는 알 수 있었습니다. 딱 벌어진 어깨와 갑빠, 그리고 복근만 있어서는 결코 멋진 몸매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근육들이 조화를 이루며 발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몸의 모든 근육은 저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죠.
근육이 몸의 겉모습을 채우고 있듯이 우리의 내면은 생각이 채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은 여러 가지 감정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매일 우리는 감정들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감정들을 좋은 것과 싫은 것으로 구분합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감정을 대하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은 계속해서 느끼고 싶어 하고, 싫어하는 감정은 애써 무시하거나 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감정을 대하는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우리를 힘들게 만듭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죠. 이 사람은 거절당하는 것이 너무 싫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을 처음부터 만들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지도 못할 것이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할 수도 없겠죠. 거절을 피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그것을 점점 더 두려워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다 거절을 당하면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두려움은 언제든지 우리를 집어삼킬 준비가 되어있으니까요. 거절당하는 상황을 피하기만 해서는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언제라도 그런 순간은 또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싫어하는 감정을 피하기보다는 그것을 여러 번 겪어내며 감정 근육을 키우는 편이 더 낫습니다. 그렇게 싫어하는 감정 근육을 하나씩 키워나가다 보면 우리가 좋아하는 감정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싫다면 더 많이 거절당해 보세요. 슬픔이 싫다면 슬픈 영화를 자주 보세요. 외로움이 싫다면 홀로 여행을 자주 다니세요. 어느덧 싫어하던 감정들이 무덤덤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곧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아마 느낄 수 있겠죠. 내면의 단단함이 차 올랐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