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들이 Nov 04. 2024

그릇은 키우는 게 아니라 담는 것입니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에는 회사에 대한 불만이 참 많았습니다. 회사 운영을 왜 그런 식으로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직원을 대하는 태도, 사업 방향, 고객 서비스 등등 뭐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죠. 당연히 회사가 잘 될리는 없었습니다. 내가 회사 오너라면 이렇게 저렇게 해서 직원들의 사기도 올리고, 회사 매출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회사를 원망도 하고, 망해가는 회사가 마치 내 말을 듣지 않아서 그렇게 된 듯한 각도 했었더랬죠.


    시간이 흘러 제가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직장인 시절에 했던 생각들은 사실상 사라져 버렸죠. 사라졌다기보다는 정 반대로 바뀌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올바른 표현인 것 같네요. 직장인 시절에는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모든 생각이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적인, 더 나아가 우리 회사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까지도 고려를 해야 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제 생각이 편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만약 더 큰 틀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혹자는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그릇으로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무엇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 또는 얼마나 크고 넓게 생각할 수 있는가를 그릇에 빗대어 생각하는 것이죠. 그릇이 큰 사람은 큰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믿음이 생겨난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그릇이 작다는 것을 깨닫기라도 하면 그릇을 키울 특별한 묘수라도 있을까 싶어 그것을 찾으려 무던히 노력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그릇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진 않습니다. 그릇이란 생각이자 마인드의 일부입니다. 실제 그릇처럼 우리 안에 들어있는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유동적인 어떤 것인 거죠. 그래서 더 큰 그릇을 찾아 바꾸려는 시도는 불가능한 겁니다.


   새로운 그릇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자신을 더 큰 그릇으로 옮겨 담는다는 느낌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혹시 들어보셨나요? 본인이 버겁다 느껴질 정도의 자리일지라도 막상 그 자리를 맡게 되면 자신이 점차 그에 걸맞은 그릇으로 맞춰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릇의 한계란 없습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 결정짓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조금 버겁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라면 그 상황 속으로 스스로를 옮겨 담아 보세요. 그 과정을 통해 어느 순간 새로운 모양의 더없이 넓고 깊어진 자신의 그릇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