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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들이 Nov 11. 2024

숨을 쉬어야 할 때

    요즘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못해 그냥 훌쩍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넋 놓고 있다가도 아차 싶으면 벌써 한, 두 발자국 뒤 쳐 저 버린 것 같아 괴롭더군요. 후회하지 않으려 덩달아 그 속도에 발을 맞추려다 보니 조금은 버겁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치기도 하고요. 


    혓바늘이 돋아 입안도 껄끄러운 마당에 그것을 핑계 삼아 이번 주말에는 한번 마음 놓고 뒹굴거려 봅니다.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아침운동은 거를 수가 없었지만 말이죠. 베란다 밖을 내다보다 문득 어릴 적 좋아하던 노래들이 생각납니다. 특히 힙합 종류를 좋아했었는데요. 영어와 섞여 무슨 말인지 잘 들리지도 않는 랩을 따라 부르다 보면 숨이 차서 따라 부르지도 못하고 고개만 끄떡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참 따라 부르기 어려웠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숨을 쉬는 타이밍이 따로 있더군요. 리듬을 타면서 간간히 숨도 쉬어가며 불러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던 거죠. 빠른 속도를 따라가는 것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요. 숨 쉬는 법을 터득한 후 결국 노래방에 가서 랩을 부를 수 있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집에 있으면서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와이프와 영화도 한편 보았습니다. 일에 관해선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노력했지요. 그랬더니 아무 걱정도 없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네 식구가 서로를 바라보고 춤을 추면서 한바탕 웃기도 했네요. 아이들 키가 제법 커지고, 힘도 세졌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습니다. 평소 일에 매달려 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그런 기분이었네요. 콧속으로 시원한 편백나무 숲의 신선한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는 그런 기분이었죠.


    오늘 집에 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늦잠을 거나하게 자거나 가만히 누워 쉬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들고, 한바탕 웃으며 춤도 추고, 아이들과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저를 그 어느 때 보다도 상쾌하고 편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숨 쉬는 방식이라는 걸 알 수 있었죠. 어느 한순간도 특별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느낌입니다. 유독 이번 주말이 그렇게 느껴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네요. 항상 내 옆에 있던 가족들인데 말이죠. 


    열심히 사는 것은 괜찮습니다. 하지만 숨을 참고 달리다가는 금방 지치게 마련이죠. 최소한 어떤 방식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지, 또 언제가 쉬어야 하는 타이밍인지는 스스로가 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법과 시기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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