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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Sep 08. 2022

휴게소에 버린 시어머니 반찬 비밀

명절, 시어머니도 며느리만큼 어렵고 부담스럽다

몇 년 전으로 기억된다.

수영강습중인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역시나 자기 자녀를 기다리는 젊은 엄마들의 수다가 끝이 없다.


들으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들의 대화가 매우 현실적이었다.


-시어머니가 주는 반찬, 가지고가라는데 짜증나

-그래. 남편이 먹고 맛있다라고 하면 바로 싸갖고가라한다니깐

-솔직히 어머니 반찬 짜

-스트레스받지말고 그냥 받아와. 오면서 휴게소에다 버리면 되잖아.


그 때만 해도 나는 시어머니가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내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집을 즐겨 찾는 손주였던터라

시댁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않았다. 

그러니

'시어머니 반찬을 휴게소에 버린다?'

이건 상상도 할 수 없던 행동이고 마음가짐이었다.


고백하건대 휴게소에 버리지는않았지만 "주세요~" 라며 받았던 반찬이나 

식재료를 냉장고 깊이 두었다 잊거나 못먹는 경우는 있었다.

한 날, 어머니가 노란 호박을 주셨는데 30대 주부의 솜씨로는 호박죽이 어렵던차 동네 아줌마들끼리

호박죽을 해먹을까...싶어 딱 자른 순간

듣도 보도 못했던 애벌레들이 거짓말않고 톡톡톡 분수처럼 튀어나와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함께 칼질하던 지인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행여 벌레들이 집안에 돌아다닐까 무서워 얼른 봉지에 넣고 바같으로 내보냈다.

호박이 그렇게 무섭기는 처음이었다.

후에 들어보니

" 그게 약호박" 이었단다.

어머니도 어디선가 받으셨겠지만 이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반찬, 식재료는 왠만해서는 갖고오지않게 된 계기였다. 


시댁에 가서 맛있는 식사까지는 좋은데 남편과 아이들이 맛있다란 말이 떨어지자마자

" 싸줄까? 가져갈래? 가져가라. 애가 좋아하는데..."

라며 권유하실 때마다 두 여자 사이에 서운함과 난처함이 오가긴했다.  


나의 살림솜씨를 제대로 아는 남편이 냉장고 관리가 부실하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주지만 표정관리가 어려웠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다. 

어머님의 밥상위에서는 맛있던 반찬들이 왜 우리집만 오면 달라질까 

친정어머니의 반찬도 마찬가지라 남편이 크게 서운해하지는 않았겠지만

몇 년이 흘러도 어머니의 " 싸줄까"는 횟수만 줄었을 뿐 꽤 오래 갔다.

나의 표정을 눈치 챈 시댁식구가

" 가지고가봐야 버리기나하는데 주지마" 란 말에 다시 냉장고에 들이시지만 

서운한 건 못받은 쪽이 아닌 못주는 쪽이다.


그와중에 내가 욕심내던 반찬이 있었다.

어머니의 강원도식 가자미식혜와 김치. 특히 잘 삭은 가자미식혜는 밥상에서 바로 매진이었다.


 


'휴게소에 버리고 온다?

피서철에는 유기견이 많아진다고하더니

명절끝에는 음식쓰레기가 많아지나보다.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라 실화인지 픽션인지는 모르겠다만

어느 시어머니가 반찬을 주셨단다.

새로 이사했다며 100만원도 함께 넣었다는데 그 사실을 전----혀 몰랐던 며느리

휴게소에서 휭~하고 버렸단다.

돈을 줬는데 어째 인사가 없다며 궁금하던 그 시어머니

아들에게 전화하니 대충 얼버무리며 상황을 종료시켰지만 

그 내용을 전해 들은 아내는, 남편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계좌이체를 했으면 좀 좋았으련만...휴게소에  반찬이 버려질 거라고 상상도 못했을 어르신이었으리라


명절이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지난 추석에 이어

" 전 부치지마라" 란 차례상표준안을 내놓았다.

전때문에 가족간 불화가 생기고 명절증후군, 명절끝 이혼등등이란 잡음에 나온 표준안이긴하나

정작 명절의 불만은 전 때문이 아니다. 


여자가 결혼을 하면 출가외인. 명절의 시작전부터 향하는 남편의 고향길 

자녀들이 어릴때야

들뜬 아이들 재롱에 온 가족 웃음소리가 넘친다지만

사촌들이 커가면서 공부이야기가 나오고 가족들간에 돈문제라도 얽히고 섥혀  

그 때문에 섭섭한 소리가 오가기라도 하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도 먹을 게 없이 젓가락소리만 요란하다.

마음이 심란하니 친정에 가서 눕고싶다란 생각에 채비를 하면

시어머니는 왜 그리 서두르냐며 당신의 아들 좀 쉬게 해주라고 한소리하신다.


아마 그즈음부터 명절이 부담스러워지지않았을까싶다.

'나도 내 엄마가 보고싶어요 내 형제들하고 만나고 싶어요'

그 말을 왜 못하고 안했을까


왜 그리 서둘러가냐며 한소리하시던 어머니는 이제

" 언제 오냐?" 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신다. 전화속 목소리에 어려움이 한가득이다.

연세가 드시니 며느리 눈치를 다 보신다.






 

아파트 놀이터, 어르신들의 대화가 즐겁다. 

"내일부터 명절이네. 이번에는 누가 서운하게했다고 울지마요~"

"아휴, 기대도 안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리해서 알아서 잘하지."

"오는 건 반갑고 가는 건 더 반가워"

"반찬주지마. 애들 싫어해"

하하호호 웃음소리에 즐거운 이야기인가싶었다만 어르신들도 며느리들이 어려운가보다.


내 시어머니도 비슷한 생각이겠지싶다.

지난 날, 음식만들 때 어머니의 지휘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며느리들도 나이들고 

그 불호령을 내리던 시어머니는 가족 사진안에 머물러있다. 

이제 어머니 냉장고안에는 가지고 갈 반찬이 없다. 하나도 없다.  

잘 삭은 가자미식혜도 아삭아삭 맛있던 시부모님 김치도 전설이 되었다.


그 많은 전을 부치면서도 신나했던 건 나도 좋아하고 내 아이들이 잘 먹는 탓도 있었지만

한복입은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뭔가 푸짐하고 풍성한 명절분위기를 내는 데는 전냄새만큼 고소한게 없으니 그랬나보다.

이제 명절이 신나지않은 건 그 좋아하는 전이 주는 더부룩함만큼 내 나이가 그리고 부모님이 늙었기때문이다. 

명절음식에 호들갑스럽던 아이들도 모두 성인, 맛있는 전보다 피자 한 판과 치킨을 더 선호하는 그런 입맛이 되었다.  

그래서 명절이 기다려지지않나보다. 명절증후군이란 말도 그닥 와닿지않는 이유가 기다림이나 설레임도 없지만  더불어 피곤함도 없으니 그런가보다.


그나저나 어쩌다 생긴 이 명절증후군이란 단어

시댁이 아닌 친정을 먼저 간다치면 부담감이 덜해질까?

시댁은 당일치기, 친정은 하루 자고 온다치면 마음이 좀 편해질까?

홀수년은 친정먼저, 짝수년은 시댁먼저. 이렇게 격년제로 한다면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사라질까?

요즘 회자되는 말처럼 자기집 제사나 차례는 그 집 자손들끼리라고 한다면 어떨까?



솔직히 명절증후군을 포함한 시댁이야기의 뒷끝은

찝찝함이 있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나도

그리고

친정어머니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부담을 준다는 '' 자가 붙는 사람들이란거다.

누군들 불편하고 부담주는 시댁이. 명절증후군의 원인이 되고싶을까


먼 훗 날 나도 시모가 되고 며느리를 볼테지.


다짐해본다. 나 자신에게..

는 좀 다르겠지 아니,

달라야겠지라고 벼러본다.


"두고보겠어~내 얼마나 좋은 시어머니가 될런지 나 스스로 한 번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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