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으로 가는 좁은 문

이제 되었어?

by 유원썸

명절에 친척들이 모였다. 하면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벌금형에 처해진다는 취직 결혼등 신변과 관련한 질문을 빼고 나니 주머니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건 역시 연예인, 드라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스카이캐슬이다. 드라마 배경 집의 럭셔리한 인테리어부터 여주인공의 연기, 예서가 쓰는 1인용 독서실 주문폭주가 어쩌구 이야기..는 끝도 없다.

지난 추석은 미스터 션샤인이 화제였는데 요즘 종편 없었음 어쩔뻔했을까?


스카이캐슬에서 실제로 나오는 학원 바로 옆에 위치한 학원에 근무했다는 조카의 증언에 따르면 강남 어린이어학원은 학생들 가르치는 것보다 어머니들 상대하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투다 얼굴에 난 작은 스크래치에도 고소란 단어가 쉽게 나온다고 한다. 조카의 말을 뒷받침해주는 게 “강남엄마에 지친 교사들 강남권 엑소더스. 강남 엄마에 지쳤다 줄지어 교단 떠나는 선생님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줄줄이다.

스카이캐슬이란 주제에서 시작된 대화는 실패한 고3이 겪은 2019 수능 국어문제 31번, 수시와 정시의 문제점, 고학력 취직까지 이어져 어느 새 마지노선을 넘겼다. 아뿔싸. 벌금!


시간을 과거로 돌려서 자녀들이 대입에 닥쳐서 힘들어하던 모평(모의고사평가) 6월 즈음에 밴드며 카톡이며 sns에 돌던 스토리가 있었으니

" 이제 되었어?" 란 제목이다.

교육열이 높은 한 엄마와 똑똑한 자녀이야기다. 엄마의 바람대로 아이는 척척척, 스타트가 좋았다. 하나를 완성하니 또 다른 과제가 주어지고 아이는 또 척척해내고 영어 수학 정규과목으로만 만족하지못하는 그 엄마는 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주면서 아이가 쉴 타이밍을 주지않았다. 지친 아이는 " 이제 되었어?" 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란 새드앤딩이었는데 그 내용을 본 엄마들 모두 식겁해서 아이가 공부중 딴 생각를 할까싶어 문을 살짝 열어보던 에피소드를 남겼다.

선배 고3 엄마들도 그 " 이제 되었어" 를 알고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던 얘기야? 실화라는데.. 강남이라는데.. 등등의 뒷말은 막상 고3이 끝나기 무섭게 잊어버린 남 얘기가 되었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그 " 이제 되었어?" 란 제목만 봐도 가슴이 철렁해지고 안타까운... 자괴감, 성공했던 안했든 어른이라면 그냥 미안한. 하여간 편치 않았다.


대전에 산다란 표현이 있다. 대치동사람들이 자녀의 학업을 위해 대치동 전세로 산다라는 뜻이라는데 월급쟁이 평범한 지인이 대치동으로 이사한 뒤 매번 같은 하소연을 했다.

“ 물가가 너무 비싸요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요”

청담동에서 1개월동안 알바를 했던 또 다른 지인의 하소연도 비슷했다.

“ 만원은 되야 먹을 게 있다. 알바비로는 교통비 식비빼면 최저임금도 안된다”

강남 터줏대감들은 그래서 이런 말을 한다.

“강남에 입성하기는 쉬어요. 그러나 3대가 강남에 사는 건 어려워요” 라고.


이 과목만큼은 일타강사에게 들어야 한다길래 몇 개월간 자녀를 위해 대치동에 드나들었던 그 때 “공부만 잘해봐라, 앞길이 훤하다!” 란 말을 들었다. 앞길이란 단순히 입학, 취직에서 끝나지않는다.

대학진학 후 일타강사 조교가 되면 시간당 5만원 알바는 기본, 대학졸업 후 결혼연령이 되면 서로서로 좋은 혼처가 되고 집안이 되고. 그러니 학원에서 공부 잘하고, 잘했던 학생들 리스트관리를 정말 잘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노력해서 상위1프로의 대학을 가고 상위 1프로의 직장에 속하여 돈을 벌고 비슷한 집안과 맺어지는 게 나쁜가? 물론 아니다. 수능등급을 잘 받은 친구들이 사회 곳곳에서 성공사례로 소개되는 것도 전혀 비난받을 게 아니다. 결혼처럼 중요한 인생사에 비슷한 정서와 환경을 가진 배우자를 찾는 게 왜 문제가 되는가


그런데 왜 스카이캐슬은 공분을 불러일으켰을까? 드라마제목을 보자마자 연상되는 그림이 있었다. 어느 화려한 성에 사다리가 놓여 있는데 몇 명이 사다리를 이용해서 힘들게 올라가더니 다른 사람들이 못 올라오게 사다리를 치우는 그런 그림, 비단 나만 그랬을까?

그들의 리그가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기위해 철저히 구분되어져 이익을 위해서는 저들만의 담합행위도 불사하는 일종의 카르텔. 비리 좀 있으면 어떤가 결과만 좋으면 되지, 드라마에서만 나올법한 소재인줄? 현실은 더 드라마틱한데. 거기에 끼지 못하는 “00”이가 잘못이지..아마도 이런 류의 상실감이지싶다.


명문대입시에 성공한 신입생들 사이에는 궁금한 게 많단다.

외고야? 특목고야? 지균(지역균등)이야? 강남이야 강북이야는 물론이고 재수생들도조차 강대(강남대성학원)인지 다른 대성인지가 궁금하다. 강남대성이 꽤 높은 수능등급기준이 있다는 것쯤은 상식일게다. 신입생 몇 개월이면 where he comes from을 다 안다는 거다.

한 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검사도 진골이냐 성골이냐로 차별받고 출세하지못했다는 이야기, 풋풋한 신입생들이 친구사귀기위한 호기심정도려니 했더만 이런!!


우리나라처럼 변화무쌍하고 스티븐스 잡스조차 두려워하던 IT왕국에서 아직도 끼리끼리와 서열이 있다는 게 아이러니다. 여전히 성골과 진골이 어떤 형태로든 영향력을 주고 있으며, 준다는 것에 별 저항감없이 “그렇지 뭐.” 라고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묻는다.

이제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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