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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Dec 11. 2020

#며느라기와 우리사위

팔로우 30만에 가까운 인스타웹툰작가 min4rin님의 #며느라기가

카카오tv에서 박하선 권율 주연 드라마로 나오고 있다.


만화는 무료인 3화까지 얼른 봤는데

드라마와 완전 똑같음,

씽크로율 100프로다.

카카오드라마 며느라기 출처


제목부터 느껴지듯이 며느라기(期)는

시작은 시부모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새댁이 하나씩 하나씩 마주하는 처가vs시댁의 불균형에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짧고 굵게 전개된다.

나는 새댁에서 멀어진 연령대이고

시댁에서 멀어진 상황이다.

시댁과 싸운 것도 시부모님들이 유고하신 것도 전혀 아닌

단지 시댁이 내 인생에 차지한 부분이 전같지않다란 표현이다.


그럼에도 만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답답한게 고구마 몇 개는 먹는 듯하다.


결혼초기의 새댁은 입사를 막 한 신입직원같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고싶으나 어렵고 실수한게 있나 긴장하고

선배들과 잘 어울리고싶고 오라는 자리, 하라는 일 바로 바로 하고

그러다 연차가 되면 나때는 말이야~


시댁 흉을 보고싶은 의도가 없으니 만화속, 드라마속의 힘듬은 스킵하자.


친정엄마는 손도 크시고 넉넉하고 쾌활한데다 누구누구 흉도 보시지않는 칭찬할 게 많으신 분이나

살림은 꼼꼼하신 편이 아니었다.

음식의 간이 센 편이고 제사를 드리지않는 작은 며느리다보니 전과 같은 섬세한 음식은 하신 적이 없다.


내 가족끼리만 있을 때는 아무 문제없는 것들이 사위나 며느리란 새로운 존재앞에서는

가려지고 덮어질 필요가 있는데 쉬운 예로

우리끼리 밥을 먹을 때는 락앤락 반찬통을 그대로 써도

그들에게는 절대 그럴 수 없는 예의다.

그리고 부엌공개, 아주 깔끔한 주부들도 쉽게 보여주지않는 부분이리라


사위들이야 상만 옮겨주고 부엌에 들어 올 일이 없는 때니 제외~한다지만

며느리는 먹고 난 후 설거지부터 식기정리까지 하다보니 시어머니의 살림솜씨가 드러난다.


내가 결혼하기 전이니 엄마와 함께 살았는데 새언니가 우리집에 놀러온다고 하면

내가 더 긴장하는게 그런 문제였다.

새언니는 나의 엄마와 정반대인 엄마밑에서 살림을 배운 탓에 밥하는 과정부터 치우는 방식이 달랐다.

본인 살림도 꽤 야무지게 해서 사실 비교가 된 부분이었다.

친정엄마도 아들내외가 온다치면 평소 쓰던 그릇 대신에 찬장에 넣어 둔 무거운 그릇과

쓰던 수저대신 반짝반짝 윤이 나는 새수저를 얼른 꺼내셨다.


나의 몫은

" 며느리보면 뭐라 할 수 있으니 대충이라도 치워놓자." 란 엄마 당부대로 대충 치워놓는거다.

거실도 그렇지만 새언니가 손이 닿을 부엌 정리다.

그러다 새언니가 들어오면 같이 밥을 차리고 치우는거다.


시간이 좀 지나서 새언니는 내가 집안 청소며 부엌청소하는 모양새가 불편하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 어머니 살림에 손 댈 생각이 없어. 여기는 어머니 집이니깐. 그런데 모두가 치우고 정리하고 있으면

내가 가만히 있기가 불편해."


그랬었겠다. 생각못한 부분이었다.

나는 새식구인 새언니가 엄마 살림에 여타부타 생각하며 비교하는 게 싫었던거고 며느리는 시댁에 와 밥 먹는 것도 일인데 살림까지 해드려야하나 눈치를 보게 한 셈이다.




남자는 어떨까?

" 아이고~우리 귀한 사위~왔는가?

일하느라 피곤하니 아무것도 하지말고 그냥 소파에서 쉬고 있어"

아마도 이 말을 자주 들었을 것 같다.


연차가 오래 된 선배들과 함께 모이면 이런 얘기가 꼭 나온다.

" 우리라고 처가 가는 게 아무 부담이 없는 줄 아냐?"

" 차라리 일 시키는 게 낫지. 그냥 소파에 앉아서 쉬라고만 해. 심심하니 잠만 자는거지.

사위 힘든가보다 얼른 집에 가서 쉬어라...그 말에 와이프가 왜 우리집에 가면 잠만 자냐구 잔소리하구..."

" 장인어르신이 바둑을 좋아해서...정치얘기를 꼭 하셔서..."

" 너무 많이 먹여서...배가 부른데 계속 먹으라고 하니까.."

등등 그들도 나름 그들의 애씀과 어려움이 있더라.


"너무 많이 먹여서" 에 빵 터졌다.

이것도 참고해야겠다.




남편은 여름휴가가 없었다. 대신 겨울 휴가가 있는 직장이라 아이들이 어릴 때 바닷가를

가고픈 나와 아이들은 주변에 숟가락을 얹었는데 그 하나가 시댁이었다.


남편이 태어 난 고향 바다.

바닷가 근처에 혼자 사시는 시외숙모님의 집이 목적지였다.

시어머니, 시숙님, 윗동서와 아이들.  6인승이라 온 가족이 탈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다리를 뻗고 다닐 정도는 아니었다.

아이들이 잠투정을 할 때만 어른들은 할 수 없이 구겨져야했었다.

솔직히 친구나 친정식구와 갈 때와는 다르게 조심스럽고 덜 기대되는 여행이긴했다.


아이들이 재밌게 노니 되었다만 시숙과 윗동서가 자기 친구네를 만나러 나가면

나와 내 아이들은 두 어르신과 tv 그리고 모기와의 전쟁을 치렀다.

낯선 남편의 고향에는 내가 아는 사람이 있을리 만무했고 바람쐬러

나 혼자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주변에 화물기차가 주기적으로 다녔는데 그 기차를 보면서

" 나도 서울가고싶다...." 란 생각을 주기적으로 했었다.


그렇게 한 해의 여름이 지나면 그 다음 해, 그리고 그 다음 해

3년동안 같은 목적지와 같은 일행으로 여름휴가를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없고 어려우면 안가면 되지...싶지만 그 때는 입사초기, 아니 새댁이라

say no하는 게 쉽지않았다.

바다라는 단어가 주는 유혹을 아이에게 "뿌리쳐!" 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한참 후, 시어머니와 나의 친정어머니, 시누이와 나, 그리고 아이들

이렇게 1주일동안 여행을 할 기회가 있었다.

안사돈끼리, 같은 여자들끼리, 그리고 아이들끼리 한 일주일이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른다.


남자어른들이 없으니 커다란 방하나만 빌리면 되었고

메뉴 선정에 신경쓰지않고 아이들 입맛대로

어떤 때는 돈까스, 어떤 때는 김밥에 라면, 어떤 때는 삼겹살에, 잠이 들기 전 아이스크림까지


뭐든지 그러자~그러자~


간간히 딸과 엄마사이는 투닥투닥거렸지만 금세 사돈눈치를 보며 민망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가 나왔다.

여름마다 남편도 없는데 아이들과 아무 말 없이 시댁여행에 따라 온 며느리가 이뻤다고.


화물기차보며 나도 서울가고싶다...라고 속삭였던 음흉함을 모르시지.

다음 해에는 같이 오지말아야지 다짐했던 음흉함도 절대 모르시지.




며느리는 되어보았지만 시어머니는 아직 안되어보았으니

#며느라기

는 며느리 시선으로 보게되니 답답하고 짜증나나 그 이유가  달라졌다.


말하지않으면 알 수 없고

일일이 말하지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진실,  

내 부모님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당신 자식이었다.


남편에게  

"우리 부모님께 좀 잘해~"

아내에게

 "우리 부모님께 딸처럼 좀 해봐..."


그것때문에 인상붉히고 감정상하기도 여러번, 그러나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사위, 며느리가 아닌 아들과 딸이 잘했어야했다.

상대방이 내 부모에게 잘하면 고맙고 감사한 거였다.

죄책감은 나의 몫이더라.



시간이 지나니 눈치보던 입장이 바뀐다.

시어머니 눈치보던 아들은 어느 사이 아내의 눈치를 보고 시어머니도 며느리의 눈치를 보신다.


아이들이 어릴 때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와 함께 다닌 여행, 시간, 추억거리를 만든 내가

가끔은 대견스럽다.

음흉한 속내를 안들킨 것도 잘했다.


어머니라고 아들없이 며느리와 여행가는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아니다 아니다.


어머니도 기차를 보시면서 다음 해에는 아들과 같이 오기를 바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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