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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원썸 May 11. 2021

집밥은 왜 맛있을까, 내밥은 왜 맛이없을까

어버이날, 어머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오이소박이를 담그자고 했다.

"어머니, 지난 번 주신 오이소박이 어떻게 하셨길래~

진짜 맛있어요...비결이 뭔가요?"

나이들어가니 곰도 여우가 되나보다.


"어머니, 차가 막혀서요..오이 미리 소금에..."
" 벌써 다 해놓았다. 오기나 해라"


소금물은 어느 정도인지 물론 유OO에도

인풀루OO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삭거리가 이루 말할 수 없던 그 오이소박이는

눈으로 직접 보고싶었다.


어머니의 김치는 늘 옳았었다.

지인들에게 김치자랑했다가 뺏기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는데.

이젠 왕년에 김여사다.


미각이 둔해지신탓인가 어느 해부터 산 김치보다 못해졌다.

"이상하게 맛이 없어, 그치?"

내게 동의를 구하기도 하셨다.


그러나 지난 봄에 주신 오이는 달라도 너무 다르게

맛있음에 다시

줄을 서시오~냉큼 줄을 서시오가 되었다.


절인 오이도 간이 제대로다.

부추 송송송, 작게 작게 썰고 무도 약간, 당근도 약간,

양파도 약간

한식이 원래 정량과 센티가 정확한데 집밥에서는 전혀 적용되지않는다.


-그냥 조금, 조금 더 넣어 그게 정량이고 레시피다.

고춧가루와 마늘을 듬뿍 넣고 잘 버무린다음 부지런히 오이속을 채운다.

시누이가 가져갈 김치통과 내 것에 반반씩 넣는다. 싸우지않게 딱 반반,

어머니는 이가 부실해서 딱딱한게 싫으시단다.

모처럼 흐뭇한 김치통을 들고 나가는 자식들에게

"한 번 더 먹어봐. 맛있나..."

확인에 컨펌까지 받으시는 어머니. 몸은 귀찮으셨겠지만 표정은 밝다.

자랑할만큼,  남에게 주는 게 아까울만큼 맛있던 김치라

장사까지 생각해보았던 어머니손맛을 배우지못한게

이제서야 많이 아쉽다.

나도 자식들에게 밥해먹이지만 아이들이 내 밥을 잘 먹을 때 "더 없어?" 라고 물을 때

진짜 신나고 기분 나이쓰니 비슷한 마음이겠다.


내친김에 냉장고에서 잠자던 재료들을 꺼내어

반찬이란 걸 해본다.

친구가 준 도라지, 까느라고 애썼는데 무쳐먹으려니

너무 쓰다.

오래 묵은 뉴질랜드 오리지날 꿀을 잔득 넣고

오래 된 밥솥에 두 번 쪄서 도라지청을 만들었다.

재료부터 도구까지 모두 오래되었다만 맛은 좋다. 진하다. 꿀맛인가?

짜장..아니다


간간히 작정하고 김밥을 하기도 하고 시장아저씨가 추천한 머위대를 삶고 껍질을 까고 다시

들깨에 푹----졸인다.  


도라지도 그랬지만 머위 껍질까는 게 장난아니다.

두 번은 안한다 다짐도 한다.

아이들이 잘 먹어야 일주일에 세 번이고 남편도 바같밥을 자주 먹는 편이고 만든 나도

저탄 식단이라 밥을 거의 안먹으니 반찬을 덜 먹는데도

왠지 먹을게 없는 냉장고는 나의 근무태만같다싶어 이것 저것을 해놓는다.


누군가 그랬다. 아무리 맛있는 김밥집의 김밥도 이상하게 사제품냄새가 난다고.

심지어 현장학습날, 직접 싼듯 김밥집에서 받아 락앤락에 넣어줘도

"이거 김OOO거지?" 금방 안다.

똑같은 오뎅, 햄, 계란, 오이, 당근을 넣어도 집에서 싼 김밥은 하루 종일 먹어도 질리지도않는다.

참 신기한 비결이다.

다른게 있다면 햄을 한 번 데치는 것? 당근을 얇게 써는 것? 밥에다 소금, 참기름,매실액을 조금 넣는것?


외식못해 안달났던 딸이 기숙사생활을 하면서 집밥이 그립단다.

엄마가 해 놓은게 아니라 막 차려 준 밥상,

안먹어도 좋으니 식탁의자에 앉아있기만이라도 해달란다.


가만 생각해보면 수많은 외식, 유명한 레스토랑, 비싼 일식집, 지방특식..보다

늘 먹던, 지겹게 먹던 집밥이 제일 맛있었다.

엄마가 해주신 게 당연히 으뜸이다.

김밥 옆구리가 터지게 싸던 김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밥을 잘 해줘야한다란 말이 있나보다.

언젠가 공모전을 위해 썼던

"집나가도 돌어오게 하는 그 음식 있는가?" 처럼

바같에 나가보니 '생계형' 이었던 엄마밥도 그립다는 딸 덕분에 부엌에 다시 선다.

후배와 함께 간신히 만든 새우장.두 번은 못하겠다

 

어떤 부모를 존경하는가란 어떤 조사에서 돈 있는 부모라는 답변이 상위였는데

모든 자녀들이 모두 부모의 재산만 바라는 건 아닐게다.

요리도 잘해주고 경제도 빵빵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둘 다 못해주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좋은 추억을 줘야하지않을까가 내 말이다.



오해하지않았음,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그냥 건강식이다.

집밥은 왜 맛있고 내 밥은 왜 맛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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