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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옥을짓다 Mar 23. 2020

집을 지키는 신들

성주 신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미물에게도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려는 믿음은 인간보다도 수명이 오래된 나무를 벌목할 때에도 "어명"이라는 말로써 그 미안함을 표현하였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과 바람을 먹고사는 이들은 우리네 생활에서 중여한 존재로 여겨졌으나 과학의 발전은 설명하기 힘든 현상들을 증명하게 되면서 믿음의 대상에서 재미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집을 짓기 것은 땅을 지키는 "터주신"에게 막걸리 한잔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집터를 관장하고 액운을 걷어주는 신에게 신고식인 동시에 무사히 공사를 끝나기를 바라는 바람으로 현재도 진행형이다.


오래전 절에서 공사를 한 기억이 있다.  건물을 지으려는 터에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종교의 특성상 생명을 중요시 여기다 보니 함부로 자르지는 못하고 절의 큰 스님께 어떡할지를 여쭤본 적이 있다.  스님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 나무에게 가서 어떡하면 좋을지 물어보고 행동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는데..  그 당혹스러움 ..   


조립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옥은 나무를 다듬는 단계에서 모든 것이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  공사기간이 6개월로 가정할 때 나무를 다듬는 공정은 집의 규모와 양식에 따라 2~3개월 정도 소요되며 다듬는 공정을 끝낸 목재들은 현장으로 옮겨져 곧바로 조립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립식 구조인 한옥은 지진에 강하다는(실험 결과 7.5) 장점과 한번 제작이 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어 공간 구성을 위한 설계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집은 사는 사람의 신분을 말해주는 암묵적인 표시로 신분 사회에서는 각 시대마다 가사를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어 신분에 따른 규모와 형식을 제한하였는데 돌 하나 놓는 것까지 규제의 대상이 되었다.  기초 위에 초석을 놓는 이유는 물로부터 기둥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형의 다듬은 돌과 기둥은 궁궐이나 관청에서 만 사용하게 되어 있어 일반인들은 자연석과 네모난 각재 기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초석위에 기둥이 세워지면 기둥이 도망가지 못하게 기둥머리에 대들보를 올리고 좌우에 도리라는 부재로 짜맞춤 하여 사각형의 틀을 형성하게 된다.  대들보는 수십 톤의 지붕 무게를 버터야 하는 중요한 구조재로 옛사람들은 이곳에 "성주신"이 산다고 믿었다.  


집을 짓는 과정 중 성주신은 두 번 나타난다.  처음은 지붕을 덮기 전 "성주" 신의 탄생을 축하하는 상량식을 올리게 되는데 목수들에겐 성주를 있게 한 덕으로 대접을 받는 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성주 맞이라 하여 입주 전 성주신에게 집에 살 주인의 이름을 고하는 과정으로 집을 지키는 으뜸 신답게 충분한 대접을 받았으며 다른 가신들과 달리 하늘에서 내려온 신으로  강원도와 경상도에는 집에서 하늘과 가까운 동자주에 모시기도 하였다.   



추녀는 지붕의 처마선을 결정짓는 부재로 추녀의 각도에 따라 동남아시아에서 보는 하늘로 솟은 형태와 우리처럼 완만한 형태의 처마선을 만들게 된다.  휘어진 처마선을 만들기 위해 추녀 목은 곧은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휘어진 나무를 사용하여 처마선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휘어 올라가게 하였다.  간혹 휘어진 나무의 각도가 적을 때에는 알 추녀라 하여 추녀 하단에 두꺼운 나무를 끼어 넣어 지붕의 휘어지는 각을 높이기도 하였다. 창덕궁 인정전과 추사 김정희 고택에 남아있다.  


 추녀는 네 방향으로 나아 있어 방위를 지키는 야차의 형상을 한 일본의 동사와 당초제사에서 전등사 추녀 및 여인 혹 방위를 지키는 야차라는 설 등은 건축물을 보는 재미를 더 해준다.  추녀 끝에 달아 청아한 소리를 내는 풍경은 물고기 형상이 대부분인데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일체의 구속에서 벗어남을 상징하기도 하고 목어나 목탁의 소리로 대중을 모으는 기능적 의미로도 쓰인다. 


후에 다시 서술하겠지만 집에 사는 가신들이나 벽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심지어 화장실에도 신은 있다. 그중 성주신은 유라시아 유목민의 문화와도 맡다 있다 전해진다.  가족의 안위를 보살피는 신들 외에도 페르세 폴리스(페르시아)에서 발원한 동물형 상의 조각은 중국을 거쳐 액운을 막아주는 벽사의 기능을 갖게 되면서 크게는 고구려 벽화에서 작게는 지붕 위의 작은 형상들로 우리 주위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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