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과 창방
며칠째 해가 들지 않아 눅눅한 기분마저 든다. 서까래 작업이 마무리되었으니 건물의 중심을 이루는 기둥과 기둥과 연결되어 지붕 무게를 받아주는 창방을 다듬고 있다. 기둥의 모양은 보통 사각이나 원의 형태로 현재 작업 중인 원기둥은 둘레가 450mm 정도가 된다. 일반 가정집에 비해 큰 편으로 보통은 300mm 원주들을 사용하는데 이런 두께 차이는 건물의 성격과 크기에 따라 부재의 비율을 달리하여 설계하기 때문이다.
기둥의 모양
고대로부터 집터나 크기를 신분에 따라 법으로 제한하였는데 특히 조선조에는 형식이 세분화되어 다듬은 돌이나 원형의 기둥은 민가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이런 연유로 현재 남아 있는 고택의 기둥들을 보면 네모진 형태와 밑단 주초가 자연석인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사찰의 경우 배가 볼록한 기둥들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기둥들은 고려 시기에 지어진 건축물이 대부분이다.
같은 크기의 나무를 원이나 네모 형태로 다듬는다면 원기둥의 경우 16번의 대패질을 해야 하고 사각기둥은 4번의 대패질을 하게 되므로 원형의 기둥이 많은 공을 들이게 된다. 이런 차이는 사각에 비해 원형이 좀 더 굵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 현재에는 가정집에서도 많이 사용한다.
기둥의 수종
소나무를 사용하려는 이유가 있나 보다. 140년을 버텨온 근정전의 귀기둥 (1층에서 2층까지 뻗은 기둥 길이가 11.5M이다.) 은 하나의 소나무 기둥과 세 개의 전나무 기둥으로 네 귀퉁이에 놓여 있다. 소나무 기둥만 온전하고 세 기둥 모두 균열이 심한 것을 봐서 나무수종에 따라 건물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데 수리보고서에는 균열의 원인을 전나무의 불규칙적인 옹이에 의한 갈라짐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https://brunch.co.kr/@naega/42 한옥에 쓰이는 나무들 )
창방
지붕의 하중을 대들보가 대부분 받는 반면 창방은 처마에 작용하는 하중을 받는다. 창방을 기준으로 여러 겹의 나무들이 놓이게 되며 혹시 모를 틈이 발생할 수 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 홈을 내어 나무나 충진재를 넣어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줘야 한다. 이런 과정은 창방 이외 다른 부재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공을 하여야 한다. 작은 것 같지만 건물의 단열과도 연결되어 있어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