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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중년의 일상 Aug 29. 2023

여행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마을 여행작가를 꿈꾸며...

여행의 시작


여행이 첫눈처럼 나를 찾아왔다. 2019년 가을, 주로 학교상담 선생님들의 인연으로 만난 동네 친목계 12명 중에서 여섯 명이 3박 4일 여정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왔다. 그 여행에서 내 마음에 머무는 풍경을 마주했다. 팔순이 넘어 보이는 금발머리의 두 노파가 마약 등대에서 정오의 햇살 아래 간이의자에 기댄 채로 윤슬을 바라보는 그 풍경은 마을 여행작가를 꿈꾸게 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을 떠나기 전 '신중년, 아직도 달리고 싶다’는 기획을 하고 출발했다. 스카프는 3개 정도, 의상은 빨주노초 다양한 색상을 챙겨 올 것을 귀띔했다. 3박 4일 여행을 하는 동안 어색한 연출을 하게 하고 사진과 영상을 담았다. 여행의 후기는 동영상으로 <신중년, 아직도 달리고 싶다> 제목을 달아 공지에 올렸다. 모두가 만족했다. 그 여행은 연이어 제주도 2박 3일 여행으로 이어졌다. 제주 여행 역시 신중년들을 설레게 했다. 가는 곳마다 영상으로 추억의 발자취를 남겨 뒤늦게 예순 언저리에서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사라지고 마을 여행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마을 여행은 메마른 삶을 유연하게 했다. 신작로에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추억 속의 친구를, 송정역사에서 먹먹한 아버지의 그리움을 만난다. 살아온 날을 돌이켜보고 내 안에 그늘과 화해와 용서를 하고,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그러면서 야물어가고 있다.    


여기서 출발했다. 신중년에게 친구와 여행은 누구나의 바람일 것이다. 젊어서는 경제적, 시간적 제약이 많았다. 그러나 예순의 나이는 시간적으로 충분하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외국여행이 아니라 마을 여행이라 부담스럽지 않다. 그렇다면 함께 할 길동무가 필요하다. 어쩌면 여행에서 가장 우선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혼자 떠나도 좋지만 둘이, 또는 여럿이서 웃고 떠들고 동행이 있으면 더없이 좋을 때가 있다. 때로는 사람 관계가 불편해서 여행의 만족도를 떨어 뜨린다. 신중년의 대부분은 하루의 여백을 여유로운 여행으로 채우기를 갈망한다. 그 갈망은 익숙한 사람을 포함한다. 그래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첫 프로젝트, 마을 여행 길동무 만들기      


마을 여행의 시작은 이랬다.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 넷이서 제주도 2박 3일 여행을 함께 떠나면서 친밀해졌고 이후 한두 차례 소소한 모임을 가졌다. 어느 날 단톡에 조건을 달아서 공지를 올렸다.

 ‘일주일에 한 번 하루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 기획 · 섭외 · 일정 등은 일방적으로 하겠다. 그래도 수락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문자를 달라’고 올렸다. 다행히 2명이 문자가 왔다.       


2020년 4월의 봄,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우리는 첫 마을 여행을 그리 멀지 않은 곳 · 죽성리 두호마을로 떠났다. 전국의 여행지가 된 죽성드림 성당과 고산 윤선도의 한이 서린 두호마을을 둘러보고 앞으로 마을 여행에 대한 일정을 짜고 대략적인 여행에 대한 기획을 나누고 일주일 후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 이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가까운 곳으로 마을 여행을 떠났다.  서울로 호캉스를 다녀오고 먼 곳으로 사계절 여행을 떠나면서 우리는 행복한 동행이 되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 마을 여행 글쓰기      


그동안 마을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사진과 영상을 담아 활동지를 남겼다. 그 기록이 쌓여 글쓰기를 시작했다. 대단한 글쓰기가 아닌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마을의 소소한 가치를 찾아서 글로 쓰기 시작했다. 마을 여행을 시작하면서 마을이나 여행의 책을 사 들이고, 지금은 글쓰기 책을 사들인다. 약속 장소도 마을 곳곳의 장소에서 서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마을 여행과 글쓰기를 하면서 수다에서 문학으로 이야기가 깊어간다. 이 또한 신중년의 의미 있는 일상의 달콤한 일탈이다.     


어느 날 기회가 왔다. 지인이 '스토리 북' 글쓰기 추천을 받고 망설이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첫 책은 공저다. 책 마지막 장에 구성작가로 소개되었다. 처음으로 나를 읽었다.  의도치 않게 서툰 책 쓰기가 되었다. 민망하고 부담감도 있지만 인쇄로 된 나를 마주하면서 책 쓰기를 맛본 셈이다. 그러면서 또 다른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세 번째 프로젝트, 마을 여행 책 쓰기      


책 쓰기를 시작했다. 지금 쓰지 않으면 내 생에 책 쓰기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남의 책을 보고 배우고 하다가 인쇄가 된 내 글을 마주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읽히는 책 쓰기를 해 보자'라고. 과연 내가 쓴다고 누가 읽어줄까?... 혼자 중얼거리면서 책 의도는, 책 표지는, 책날개는, 책 분량은, 책 이름은? 등 김칫국을 마시며 기획을 했다.

 

그렇다. '타인의 책이 무슨 소용에 있으랴,  여행이 나에게 다가온 그 감성을 버무려 누군가 신중년을 고민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집만 나서면 여행이 되는 마을 여행을 추천하기 위해서다. 신중년의 <심심한 오늘>을  제목으로, 부제목은 <예순에 만난 늴리리야>라고 결정했다.   


여행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이 되어 마을 여행작가를 꿈꾸며 오늘도 책 쓰기를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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