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도 습관이다
행복도 습관이다.
“행복도 습관이다” 인간극장에서 오재철 여행작가가 한 말이다. "공간을 같이 하는 것은 거주이고, 시간을 같이 하는 것은 가족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외출하듯 여행을 떠나라고 한다. 나는 마트 가듯 마을 여행을 떠나라고 했다. 그렇다. 꼭 여행을 거추장스럽게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방하나 달랑 메고 집을 나서면 여행이 된다. 마을 여행을 하면서 단출하게 떠나는 데 익숙하다. “공감하는 바다, 덧붙여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는 말에도 공감백배다. 유튜브를 다시 봤다. 그들의 일상에서 느껴지는 행복은 소소한 일상을 소중하게 여행처럼 살아가는 가족이라 따뜻하고 그 행복이 좋았다.
그날 문득, 행복도 습관이다는 말에 꽂혔다. '내게 행복이란 어떤 의미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돌이켜보니 젊었을 때는 왜 그리도 서운하고 억울한 게 많아서 내 행복이 초라했는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행복을. 늘 내 행복은 보잘것없고 슬펐다. 예나 지금이나 사는 거는 마찬가진데,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시간이 흘러 신중년이 되어 조금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사는 데 급급해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행복도 노력이 필요하다.
3개월째, 남편과 함께 매주 월요일 온천을 간다. 온천을 한 다음 식사를 하고, 월요일 하루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처음에는 함께하는 시간이 불편하고 어색했다. 둘이 데이트하듯 지낸 기억이 별로 없다. 더군다나 신중년이 되어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편하지는 않았다. 한두 번 하다 보니 온천을 하고 외식을 한 다음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함께 하는 시간이 낯설지 않다. 외식을 싫어하던 남편도 채 100일에 못 미치는 동안에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루틴이 만들어졌다.
신중년에게도 루틴이 필요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루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날부터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부터가 더 소중하다. 백수가 된 신중년들이 루틴이 왜 필요할까 싶지만, 루틴이 없다면 그날이 그날이고, 오늘내일의 경계가 없어진다. 하다못해 매주 하루를 목욕 가고 밥 먹고 하는 시답잖은 일에 무슨 루틴 할 수도 있지만, 심심한 오늘을 사는 우리 부부에게 사소한 일이지만 서로의 갈등을 줄이고 각자 일정에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일상을 함께 또는 각자 시간을 보내면서 객관적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월요일은 함께, 나머지 평일은 남편은 텃밭으로 출근하듯 나간다. 나는 혼자일 때는 공수마을 스타벅스로 간다.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에 출근하듯 그곳으로 향한다. 루틴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외식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딸들이 결혼을 하고 매일 하는 집밥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 수시로 전화로 남편을 원격조정을 해서 일주일 동안 평일에 한 번, 주말에 한 번 외식하는 날을 정해 약속을 받아냈다. 주말에 지인들의 길 흉사와 아이들 친정나들이 등으로 하루만 함께 하기로 했다. 남편도 아이들과 한 약속이라 감수하기로 한 모양이다. 새해 최고의 선물이다.
남편이 퇴직하기 전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줄을 긋고 살다시피 했다. 워낙 성정이 강한 사람이라 불감당이었다. 나이를 더해가면서 세월에 장사 없다고 신체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는 친구가 되어간다. 그것도 절친에 가깝다. 허물없는 친구로 살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양보와 배려를 한다. 그 안에는 서로가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 결과 일주일에 단 하루 함께 하는 시간은 갈수록 고민이나 갈등을 줄이고 직장에 나가는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귀가시간을 체크하고 비슷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루틴에 따라 각자 시간을 활용한다. 오래 함께 살아가려면 신중년들에도 루틴이 필요하다.
루틴은 백수인 신중년의 사이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