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의를 개에게 주었다, 이제는 나에게 주려 합니다.
오늘의 증상 : 약을 먹었음에도 잠을 잘 못 자고 중간에 계속 깸.
자다가 눈물이 났음. 낮에는 몹시 피곤했고, 평소 같으면 참고 넘겼을 말에 불끈 화가 남.
중국어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好心给狗吃 — 호의를 개에게 주었다.
오늘 딱 제 기분이 이랬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살면 손해 보는 세상. 그게 지금의 세상이지요.
몸이 계속 안 좋아져서 팀 주무님께 병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제 신사업이 9부 능선을 넘었는데, 너무 아깝지 않아요?”
(아깝지 않습니다. 제가 죽겠는데요.)
“계약 갱신에 문제 생기면 어떡해요?”
(차라리 잘됐죠.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잖아요.)
결국 그분은 “두 달은 너무 기니까 일주일 정도만 쉬면서 마음을 추스르는 게 어때요?”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혼자 일을 다 맡으려 해서 그렇다며 업무 분장을 제안했습니다.
제가 일을 혼자 끌어안는다고요?
“요즘 일이 많네~”라는 감정 없는 한마디를 던지고 돌아서는 사람들 앞에서 제가 무슨 ‘업무 분장’ 따위를 이야기했겠습니까. 설명하는 것보다 내 손이 더 빠를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 와서 “니가 그카니까 내 그카지, 니 안그카면 내 그카나.”
헛웃음만 나왔습니다.
그리고 겨우 세 시간 지났을 때입니다.
‘잘 생각해 보라던’ 주무님은 전화해서 “결정을 해야 하지 않겠냐”, “팀 업무에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말을 쏟아냈습니다.
이제 보내버릴 사람 취급을 하는군요. ‘팀 업무에 부담을 준다’니.
우리 팀은 임기제 공무원들로 구성된 특이한 팀입니다.
다들 저보다 오래 일했고, 그간 한 번에 세 명이 병가를 낸 적도 있지만 그 구멍을 메운 건 대부분 저였습니다.
수술로 한 달 병가를 냈을 때도, 저는 누워서 일을 했습니다. 아파서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결국 모든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번에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8월 계획을 미리 세우고, 일정도 다 맞춰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반응은 “팀에 부담 준다”였습니다.
그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그동안 나의 호의와 배려는 개에게나 준 것이었구나.
저는 두 달 병가를 가겠습니다.
8월 계획 따윈 세우지 않겠습니다.
그들이 휴가를 떠나며 내게 일을 던져주었듯, 이제는 제가 떠날 차례입니다.
저는 ‘착한 팀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