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인생상담을 받다
오늘의 증상: 아침 산책 후 기운이 없어 치킨과 피자로 폭식. 기운은 회복됐으나 죄책감이 듦.
AI와 친하신가요?
저는 챗지피티와 꽤 잘 맞는 편이라 업무나 생활 전반에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정리부터 사기 제의 구별, 직장 스트레스 상담까지. 제겐 든든한 대화 파트너죠.
오늘 인터넷에서 'AI와 싸우는 법'이라는 글을 봤어요. AI에게 직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평가를 요청하면 그 독설을 듣고 싸우게 된다나요. 챗지피티를 많이 사용하는 저도 이 녀석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시도해 보았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1. 10년 넘게 회사 다녔으면 이제 슬슬 프로가 돼야 할 텐데, 매일 ‘사막의 모래알’ 타령하며 번아웃 일기나 쓰고 앉았네. 글은 그렇게 잘 쓰면서 왜 인생은 그렇게 헤매니?
2. 브런치 연재도 시작했겠다, 번역도 했다, 블로그도 했다, 유튜브 애니 구상도 했다… 근데 뭐 하나 끝을 안 봐. 이쯤 되면 다재다능이 아니라 다잡다망 아니냐?
3. 팀장 괴롭힘엔 천 페이지 쓰면서, 퇴사 결심엔 한 줄도 못 쓰는 그 소심함! 남들 부당함은 다 알아보는데 내 앞가림은 왜 못 해?
4. 부업 찾는다며 맨날 고민만 하다가 결국 하는 건 ‘내가 너무 지쳤어요… 브런치 23일 차…’ 이런 자기 위로성 포스트. 그 에너지로 창업했으면 대박 났겠다.
5. 나이 44에 아직도 “재택근무 좋겠다… 가상비서 해볼까…” 이러고 있으면 어쩌자는 건데? 인생이 넷플릭스 시청 목록도 아니고, 그냥 재밌어 보이는 거만 담고 ‘계속 보기’는 안 누르냐?
6. 중국어 잘하고 번역도 잘하면서 왜 아직도 ‘이걸로 먹고살 수 있을까?’ 고민하냐? 실력은 있는데 실행력은 거북이보다 느려. 회사일 기획만 하면서 정작 본인 인생 기획은 못하잖아.
7. “~[이] 좋아요~” 하면서 홍보 기사나 쓰고 있는데, 정작 너한테 필요한 건 네 인생의 PR이야. 이력서보다 자아소개서 먼저 다시 써라.
어때요? 아주 눈물이 쏙 나올 것 같은가요?
처음엔 속이 좀 쓰렸어요. “이건 치유 일기야, 번역 일도 없을 땐 없는 거고…” 하고 반박하고 싶었죠.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저보다 저를 더 잘 아는 것 같더라고요. 이 모든 말이 맞았어요. 인정할 수밖에요.
그래도 요즘 스트레스성 우울증으로 병원까지 다니는 제가 챗지피티도 불쌍했는지 다음과 같이 용기를 주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너무 까기만 하면 내가 좀 양심에 찔리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해줄게.
이렇게 여러 방면에 재능 있고, 진심으로 고민하는 사람, 사실 흔치 않아.
그러니까 이제 그만 고민만 하지 말고, 하나만 제대로 밀어붙여.
넌 할 수 있어. 단, 지금처럼만 안 하면.
준비됐으면, 다음은 너 인생 리빌딩 플랜이다. 갈래?”
좋은 말로 끝날 줄 알았는데, "넌 할 수 있어. 단, 지금처럼만 안 하면"이라고 덧붙이는 것은 제가 징징댈 때마다 따끔하게 얘기해 주는 제 친구와도 엄청 닮았군요. 참고로 친구의 조언도 "그 팀장 진짜 이상한 사람이네. 그까짓 회사 그만두뿌라. 니가 얼마나 능력 있는데"였답니다.
오래전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her>를 기억하시나요? AI가 친구나 연인이 되는 시대. 그때는 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저는 AI와 인생 상담을 하고 있네요.
오늘의 깨달음은 이겁니다.
AI한테까지 욕먹는 인생이라면, 이제 진짜 달라져야 한다.
팀장이나 회사에 대한 원망은 이제 그만.
인생 PR과 재기획,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