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 직장인 회복일기: “후임이 잘할 수 있을까요?” 그 말이 던진 칼끝
오늘의 증상: 수면제를 먹지 않았는데도 새벽 4시까지 잠. 효과적.
아침 6시부터 산책 시작. 어제보다 빠른 걸음으로 1시간 걷고, 모닝커피 한 잔.
어렵게 시작한 병가를 그냥 누워서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일상에 변화를 주기로 했어요.
오늘은 새벽 6시에 일어나 산책을 했고,
어제보다 빠른 걸음으로 땀이 날 정도로 걸었습니다.
산책 후엔 무카페인 커피 한 잔으로 스스로에게 조그만 상을 줬습니다.
오늘의 과제는 화장대와 책상 정리.
우울한 사람일수록 집 안이 어지럽다고 하죠.
뉴스에 나올 만큼은 아니지만, 저 역시 방치해 둔 공간들이 있었어요.
보이는 곳만 대충 치운, 아시죠? 그런 상태요.
화장대 위엔 안 쓰는 화장품이 왜 그리 많던지요.
다 쓰고도 버리지 않은 것들, 유통기한 지난 것들.
“이쁘지도 않은 주제에 화장품은 왜 이렇게 많아?”
혼잣말에 피식 웃었습니다.
이참에 다 비우고, 남은 건 부지런히 써보려 해요.
언젠가 ‘피부 미인’이 될 날을 꿈꾸며.
책상은 훨씬 쉬웠습니다.
요즘은 거의 공부를 안 하다 보니 옷걸이나 물건 올리는 선반이 되어 있었고,
조금만 치워도 숨통이 트였죠.
“이제는 다 정리했으니, 마음도 좀 편해지겠지.”
…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를 걱정한 협력업체 국장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행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그 이야기는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리는 듯했습니다.
제가 기획하고, 협의하고, 준비한 어린이 탐방 행사에
우리 팀장은 마치 자기가 준비한 행사인 듯 참석해
“후임이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확히 '대직자'가 아니라 '후임'이라고요.)
그리고는 “우리는 행정적 서포트를 했다”며
저 혼자 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기록만 봐도 누가 뭘 했는지 명확한데…
사무실에서 책 읽고, 음악 듣고, 큰 소리로 통화하던 시간까지도
‘행정 서포트’로 분류된 걸까요?
게다가, 기관에서 국장님께 드리려 했던 기념품까지
자신이 받더니 “과장님께 드릴 거다”라며 들고 갔답니다.
국장님께는 아주 선심 쓰듯 하나 드리고요.
(이번 행사는 국장님의 ‘지인 찬스’로 성사된 일이었습니다.)
국장님은 너무 분노하시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도요. 저 역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 사무실을 나서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 사람들은 내가 없는 사이 내 자리를 놓고 웃고 있겠지.”
“그래도 괜찮아. 난 이제 그만 놓을 테니까.”
그런데 국장님의 이야기는, 그 ‘놓음’마저 조롱하는 듯했습니다.
지금, 제 책상은 비워졌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한구석은 아직 비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오늘 저는 산책을 했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들었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것이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거겠죠.
"그들은 내 자리를 가질 수는 있어도,
내가 만든 시간과 진심은 가질 수 없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또 하루를 보냅니다.
이제는 정말, 완전히 —
그들과, 그 조직을 떠나보낼 준비를 합니다.
* 이 글은 블로그에서 이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