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차 - 병가 첫 주를 돌아보다

by 강호연정

오늘의 증상 : 수면제 의존을 줄여보려 했으나 저녁잠은 실패. 오늘부로 ‘자기 위해 애쓰기’를 잠시 내려놓기로 다짐. 토요일이라 심리적 부담 없이 낮잠을 실컷 자고, 오후 늦게 헬스클럽에서 운동.


직장인의 시간은 출근시간과 함께 흐르기 마련이지요.

비록 병가 중이지만, 뼛속까지 직장(의 노예)인 저도

한주를 마치며 병가 첫 주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성과라면 매일 운동하고 글을 쓴 것이에요.

우울증에 가장 좋지 않다는 게

‘누워만 있는 것’이라 하여,

비 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온천천을 산책했고

헬스클럽은 무려 6일 연속으로 다녀왔습니다!


병가 일기를 매일 쓰는 것 외에 새로운 주제의 글쓰기도 시작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중국어를 활용해

<단어로 보는 중국 사회>를 매주 월수금 브런치에 연재 중이에요.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았고,

가족 문제로 마음도 다쳤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눈물도 펑펑 흘렸습니다.


저는 원래 희로애락이 뚜렷한 사람입니다.

기분이 좋을 땐 소리 내어 웃고,

답답할 땐 책상에 머리를 박기도 해요.

하지만 최근 몇 달간은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로봇처럼 살았습니다.

슬픈 영화를 봐도, 억울한 일을 겪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한 주, 저는 여러 번 울었습니다.

병가를 결심하며 억울해서 울고,

슬픈 영화를 보고 울고,

엄마와의 갈등에 속상해서 울고…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친한 동생을 만나 크게 웃기도 했고요.


돌처럼 굳어 있었던 마음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이

저를 조금 안심하게 하고 있어요.


물론 여전히 컴퓨터의 블루 스크린처럼

갑자기 뇌가 꺼지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설거지를 하다 컵을 씻었는지 기억이 안 나거나,

베란다에 나갔다가 왜 나갔는지 깜빡하기도 하지요.


의사 선생님은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푹 쉬면

천천히 회복될 테니 너무 걱정 말라고 하시더군요.


아직은 조급함이 앞서지만,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우울한 일로 가득했던 일기 속에도

다음 주에는 즐겁고 평온한 이야기 한 줄쯤은

적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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