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은진 Oct 12. 2023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뭐 해먹고 살아야 중노년이 행복할까요





여러분은 인생 그래프를 그려본 적이 있으신가요? 청년기부터 시작해 중년, 노년기까지의 대략적인 인생 계획을 세워놓고 그 안에서 있을 커다란 사건들, 모아둔 수입과 지출 등을 쓰는 등 안에 들어가는 내용은 다르지만 한 번쯤 계획을 세워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뭘 벌써부터 그런 걸 생각하냐는 타박을 들을지도 모르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이 사회에서 현실성 있는 인생 계획을 짜는 건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뭘 해 먹고 살아야 할지, 경기는 나빠지고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는 힘겨운 세상살이를 어떻게 버텨야 할지 고민이 많은 요즘입니다. 소위 'YOLO'라고 해서 오늘만 산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부류가 유행이었지만, 유행은 유행일 뿐이죠.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는 MZ세대 사이에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싶은 부류도 있기 마련입니다.



소위 말하는 '갓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노력 과다, 열정 과다 사회에서 애매하게 움직였다가는 사장될 거라는, 서로가 공포심을 조성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든 살기 위해 물장구치는 우리. 주어진 일을 다 할 때마다 채워지는 체크리스트를 보고 뿌듯함을 느끼다가도,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라는 자괴감 섞인 한탄을 할 때도 많습니다.



계획은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며, 자의가 아닌 타의로 왔다갔다하는 삶을 살다 보면 마치 끝 없는 챗바퀴를 돌리는 아득함도 느껴져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며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나요? "왜 사냐"는 물음에 "살아있으니 산다" 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죽지 못해 산다" 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는반면 "00를 위해 살고 있다" 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죽지 못해 살았고, 그래서 죽고 싶었고, 죽음이 유일한 회피 수단이 아님을 깨달은 뒤로는 사소한 행복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 따뜻한 방, 깊은 잠, 사랑하는 고양이. 그런 사소한 것들이요. 대단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일은 너무 길고 막막했거든요.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올라가기 위해 얼기설기 붙여놓은 계단의 턱이 높아 힘들 때면, 잠시 주저앉아 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다 아프면 약 먹으며 눕고, 남들이 나보다 더 빠르고 손쉽게 달려가는 장면을 보아도 못 본 척 등을 돌려야하죠. 속이 쓰려도 어쩌겠어요. 나의 길이 있고, 타인의 길이 있기 마련인데.




(Unsplash, Heidi Fin)







찾아보면 하고 싶은 일은 많습니다. 그것을 전부 해낼 체력과 능력이 부족할 뿐이죠. 대단한 목표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저는 욕심이 많거든요. 나만의 집도 갖고 싶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 공간을 만들어 가까운 곳에서 함께 지내며 일하고 싶고, 여유가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대학교 1학년 시절 30칸을 꼬박꼬박 채워 만든 버킷리스트를 보니 생각보다 벌써 이룬 목표가 몇 개 있더라고요.



그 중에는 포기한 버킷리스트도 있었습니다. '공무원 합격하기'라니. 공무원이라는 꿈을 포기한지는 오래인데요. '기네스북 등재하기' 라는 목표도 있는데, 어떤 주제로 기네스북에 등재할 건지…? 왜 써놓았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리 어린 날 적은 것도 아닌데 멋모르고 겁 없이 적어놓은 꿈이나 목표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곤 합니다. 미래의 나는 아등바등 살아가는 지금의 나를 보며 또 다른 의미로 웃거나 울겠죠?



최근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작이라고 했다가 번복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영화가 이슈를 탔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개봉하진 않았지만 제목에서부터 심오한 의미가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또,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심규선 씨가 9일 기준으로 발매한 'HUMANKIND'에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곡을 내셨더라고요. 이러한 사회변화를 개인만이 느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대중매체를 통해 또 다시 접하게 됩니다.



아득한 청년기를 지나 중노년기에 들게 되면 이러한 고민도 좀 줄어들까요? 경제적, 생활의 안정을 맞이하며 나만의 여유 시간을 꾸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까요? 만일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저는 미래로 가서 미래의 나에게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현재가 만족스러운지 묻고 싶어요. 예정된 운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 확답을 들어야만 안도하며 지금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거든요.



MZ세대가 아니더라도, 세상이라는 건 원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아야 하는 것'이었을까요? 한숨을 내쉬며 오늘도 글을 적습니다. 어딘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기를 바라며.

이전 10화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사는 것 같아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