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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진 Oct 18. 2023

고향을 떠나는 청년들

한 달 살기, 워킹 홀리데이, 농촌 생활... 나도 해볼까?




여전히 수도권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고 입시 시즌 '인서울' 하고 싶은 학생들도 많지만, 오히려 과열된 수도권을 떠나 전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지방에 자리를 잡아 지역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 귀농을 통해 청년 농부로 자리잡은 청년, 부산 또는 제주 등 관광지 아닌 현지에서 자리잡아 한 달을 살아보는 프로그램부터 해외로 경험을 쌓기 위해 떠나는 워킹 홀리데이까지.



청년들은 더 이상 안전한 철밥통 직업, 서울에 있는 나만의 집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젠 어디에도 안정적인 자리가 없으며 과열된 부동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길을 시도하고 있죠. 왜 MZ세대들이 스펙보다 경험을 더 중요시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걸까요? 과열된 고스펙 시대에도 취업·구직난이 이어지니, 좋은 대학을 가고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겁니다.



제 주변에도 직장을 때려치우거나, 아니면 직장을 다녀보지도 않고 나만의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청년들이 있습니다. 제주도에 한 달 살러 갔다가 제주의 매력에 푹 빠져서 일 년 넘게 살아가고 있는 사촌 언니, 나와 같이 '학교 밖 청소년'의 길을 걸어간 뒤로 '디지털 노마드'로 활동하며 살아가는 유명 블로거 소은님,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까지 교환학생과 워킹 홀리데이를 오가며 해외를 누비는 다양한 지인들까지!



타지로 홀로 떠나는 걸 두려워하는 저와는 달리 자유로이 여행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경외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해외에 떠나는 사람들이요.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를 배워왔는데 할 줄 아는 것이라곤 "하이, 바이" 나 "두유 노 김치?" 밖에 할 수 없는 저로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 많이 보셨죠? (Unsplash, Kornél Máhl)






그들이 자신만의 여정을 떠나며 생계를 유지하는 법은 다양합니다.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디자인, 외주 등을 받아가며 프리랜서로 생활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한 달 살기'가 유행하다보니 아예 지자체에서 사업을 진행하여 숙소비를 지원해주기도 하더군요. 제주도 같은 경우는 휴식의 의미로 한 달을 살러 오는 청년들이 많다 보니 아예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숙식 제공 대가'로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도 합니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1~2년. 청년들이 타지로 향하는 여정은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경험하기 전 유일하게 자의적으로 선택해 즐길 수 있는 휴식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흔히 말하죠. '20살에 대학에 입학하고, 여자는 24살, 남자는 26살에 졸업하고, 적어도 20대 후반에는 어엿한 직장에 취업해 있어야 한다.' 마치 모두가 따라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주는 성장 그래프. 틀에 박힌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왜 이 사회는 개인의 탈선을 허락하지 않는 걸까요? 이 길로만 가게 만들어 놓고 마땅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네가 노력을 덜 해서' 라는 이유로 노오력 부족을 원인으로 택하죠.



작금의 청년들은 이 사회의 행동규칙에 질렸습니다. 남은 에너지를 끌어모아 새로운 시도를 택하고 휴식을 취하러 떠나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나만의 아이템'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청년 창업과 청년 농부가 많아지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의 위계질서를 벗어나 내가 꿈꾸는 나의 일을 달성하는 데에서 오는 뿌듯함과 성취감.



대기업을 제외하면 '월 200만원' 버는 이 시대에서, 예전보다 높은 급여에 대한 선호는 줄고 워라밸과 성향에 맞는 직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고향에 애정이 남아있는 저는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싶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죠. 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워케이션(일+휴가가 합쳐진 신조어)'을 실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이러한 청년들의 도전이 그저 MZ의 현실도피, 소수의 성공으로만 비춰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인식은 이미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일개 고등학교 자퇴생이었던 제가 자퇴생의 아이콘이 되어 작가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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