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어 행복하다면 야옹해
저희 집에는 근 6년 째 살아온 유아독존 막내가 하나 있습니다. 무려 셋이나 되는 동생들 뒤치다꺼리 하기에도 벅찬데, 몇 년이 지나도 아기라서 먹는 것부터 싸는 것까지 처리해줘야 하는 매우 손이 많이 가는 녀석입니다. 2017년 여름, 생각지 않게 우리의 가족이 된 반려묘 '라따'입니다.
사진 속에서 라따가 누군지 짐작이 가시나요? 제 프로필 사진에 대문짝 만 하게 박혀있는 것처럼, 아기 고양이(일명 아깽이) 사이에서도 유독 커다란 머리(!)를 자랑하는 삼색 고양이입니다. 라따는 집순이 출신 엄마와 얼굴도 모르는 길냥이 출신 아빠 사이에서 5마리의 형제자매와 함께 태어났어요. 제 엄마처럼 하얀 털을 가진 고양이, 치즈냥이, 고등어 사이에서 삼색이까지. 아주 다양한 개성을 지닌 녀석들이죠.
이 모든 고양이들을 우리 가족이 품었던 것은 아니고요. 낳은 새끼들이 어느정도 자랐을 때 원 집사 분께서 새끼 고양이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분양하셨습니다. 사촌 가족이 라따와 함께 자란 형제 수컷 고양이 '뚜이'를 데려왔고, 둘이 3개월 정도를 키우다 라따를 우리 집에 넘겨주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가족의 환영이었죠.
그렇게 만난 라따는 도도한 고양이의 기본적 속성을 모두 갖고 있었는데, 만 하루 정도는 베란다에 숨어 집 안을 탐색하더니 그 뒤로는 편안한 그늘이나 의자 밑을 찾아 낮잠을 자기 시작했답니다. 아기 고양이는 정말 잠이 많더군요. 그런데 성묘가 되어서도 잠이 참 많은 걸 보니 고양이가 잠이 많은 건 기본적인 습성인가 봅니다.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귀엽다'는 감상 밖에 없었던 저와 가족들은 라따와 함께 살아가며 고양이 키우는 법을 알아갔고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법을 배웠어요. 이 귀여운 털쟁이 녀석은 우리 가족을 웃게 하고, 때론 사고를 쳐서 골머리를 앓게 하고 질투의 원인이 되거나 싸움을 멈추는 화해 요소로 작용되기도 했습니다. 6년 차 성묘에 접어들면서 이 가족의 먹이사슬과 위계질서를 전부 파악해 느긋한 '진짜 집주인'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그리고 6년 동안 자발적 집사 역할을 수행한 자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라따를 돌볼 때부터 예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집사는 지금도 라따의 애교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입니다. 언젠가 한 번 집 문 밖으로 복도 구경을 나갔던 것이 그리도 신기했는지, 낮이건 밤이건 저를 보면 꼭 나가자고 대문 앞에서 울어댑니다. 무시하고 컴퓨터 앞에서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슬그머니 다가와 눈을 마주쳐 줄 때까지 저를 바라봅니다.
그 애처로운 시선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눈을 마주치면 쓰담아달라는 듯 벌러덩 누워 기지개를 켜고, 몇 번 쓰다듬어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목적지인 문 앞으로 달려갑니다. 따라가지 않으면 중간에 멈춰 서서 '왜 안 와?' 라는 표정으로 또 돌아봐요. 하지만 저는 고집스럽게 문 앞 발코니에서 멈춰 서고, 라따와 기싸움을 하다가 돌아갑니다. 매일 반복되는 패턴이에요.
그렇게 기싸움을 하고 있으면 이 고양이는 어느새 다가와 제 다리 사이로 한 바퀴를 돌고, 발 밑에서 또 벌러덩 누워 애교를 부립니다. 제가 반응할 때까지 계속 말이죠!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는 녀석을 위해 물 그릇에 새로운 물을 떠다 놓고 사료 그릇에는 갓 꺼낸 건사료 냄새가 배도록 살짝 사료를 섞어둡니다. 간식이요? 간식은 제가 주지 않아도 가족들이 주기적으로 주고 있습니다.
집 안에 라따를 노리는 인간들만 여섯이니 오죽하겠어요. 그 여섯 사람의 사랑 아닌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녀석은 여전히 아기같습니다. 돌봄 받고, 돌봄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며 때론 귀찮다고 인간의 손길을 피해버리죠. 이 고양이와 한날한시를 같이 보내고 있으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것도 몰라요. 휴일 전부를 고양이와 자고, 먹고, 노는 데 써도 아깝지 않죠.
나집사의 고양이 사랑은 앞으로도 여전할 듯 합니다. 연인 간 사랑의 유통기한도 최대 2년 5개월이라는데, 왜 고양이를 향한 콩깍지는 6년이 지난 지금도 벗겨지지 않는 걸까요? 이 앙큼하고 도도한 녀석에 대해 설명하려면 고작 한 페이지 분량의 원고로는 모자랍니다. 언젠가는 라따 탐구 생활에 대한 상세하고 TMI 가득한 브런치 시리즈를 가져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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