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의 리더십

1부. 상담사의 내적 리더십(나는 나를 어떻게 이끄는가?)

by 나검하랑

1. 침묵이 길어졌던 날: 불안을 다루는 날


상담실 문을 닫고, 내담자와 마주 앉습니다.
처음엔 말이 오갑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담자가 말을 멈춥니다.
1초, 3초, 10초. 시계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심장이 조금 빨라집니다.
뭔가 말해야 하지 않을까. 이 침묵이 나 때문인 건 아닐까.
머릿속이 바빠지는데, 방 안은 고요합니다.

초보 상담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 무게를 느껴봤을 겁니다.

침묵은 상담사를 가장 먼저 시험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그 침묵이 불편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잘하는 것'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고 배워왔습니다. 빠르게 반응하고, 적절한 말을 건네고, 흐름을 이어가는 것. 하지만 상담실 안에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침묵을 채우려는 욕구는 사실 내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상담사 자신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채는 것, 그것이 내적 리더십의 시작입니다.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담자가 말을 멈춘 그 순간, 그 안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말로 꺼내기 어려운 감정을 정리하고 있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혼자 품어왔던 무언가를 꺼낼 용기를 모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침묵을 서둘러 채워버리는 것은, 내담자가 겨우 열려던 문을 다시 닫아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상담사가 침묵을 견딜 수 있을 때, 내담자도 비로소 자신의 속도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침묵을 견디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적극적인 개입입니다.

불안을 느끼면서도 그 자리에 머무는 것.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충동을 알아채고, 잠시 내려놓는 것.

그것은 상담사로서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훈련 중 하나입니다.


불안을 다루는 힘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경력이 쌓인 상담사도 긴 침묵 앞에서 순간적으로 흔들립니다.

차이는 그 불안을 느끼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불안이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도록 두느냐 아니냐에 있습니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채고, 그것에 끌려가지 않는 것.

그것이 상담사의 내적 리더십입니다.


침묵이 길어졌던 그날, 당신은 분명 많이 불안했을 겁니다.

어쩌면 그 침묵을 서둘러 깨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 불안을 느꼈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그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증거이니까요.


상담사도 배우는 중이어도 됩니다.

완성된 상담사로 시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흔들리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는 것, 그것이 이미 리더십입니다.



Q. 지금까지 상담을 하면서 침묵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나요.


Q. 그때 나는 어떻게 반응했나요.


Q. 그리고 그 반응은 내담자를 위한 것이었나요, 아니면 나의 불안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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