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아무리 gram이 가볍다고 하지만 많은 책들과 함께 있으니 어깨가 아플 정도로 무거웠다. 외출할 때 다음 서평 차례인 "콘텐츠의 미래"를 챙겼다가 도저히 무게가 감당이 안되어 차선책으로 택한 책이 "초콜릿 하트 드래곤"이었다. 아 근데 이게 웬일... 전철을 오가면서, 혹은 스터디가 끝난 후 읽을 줄 알았는데 다른 걸로 너무 바빠서 집에 올때까지 책은 꺼내지도 못했다.
다행히 바쁘게 여러 가지를 한덕분에 집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1시간쯤 확보되었다. 원래 하루 30분 이상 책을 읽자고 미션을 세웠으므로 적당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딱 1시간만 읽으려고 21:55 책을 폈지만 결국 새벽 1시 20분까지 한숨에 책을 읽어버리고 말았다. 도저히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덮었던 날은 뭐지? 오늘이 읽어야 하는 그날이었던가?ㅋㅋ)
우리는 흔히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책 읽을 10분은 없다고 말하면서 유튜브 15분은 그냥 너끈히 보는 우리는 모순 덩어리이다. 아무튼 주문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급하게 해 놓고서는 이제야 읽은 내가 밉다ㅠㅠ 지금도 밀려있는 책들이 너무 많은데, 나는 시간이 없는 것일까? 마음이 없는 것일까? 씽큐베이션 책만으로도 바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판타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렇게 흡입력 있게 한 번에 읽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수면 시간까지 무너트리면서까지 말이다. 5시 30분에 운동을 가야 하는데 책만 읽은 채 잠들어 버리면 지금의 감동이 글로 전해지지 않을까 봐 과감하게 글까지 쓰고 자려고 한다. 평소 취침시간에 비하면 엄청 늦게 자게 생겼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은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비전, 가치관도 비슷한 개념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냥 사는 것과 왜 살아야 하는지를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은 같을 수가 없다. 실케와 어벤추린의 대화와 우정, 어벤추린을 향한 믿음을 보여준 마리나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고, 몰입을 하게 되었다. 사실 그렇다. 누군가 정말 진정으로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세상을 살아갈 힘이 난다. 다만 그 한 사람이 없어서 누군가는 낙망하고, 누군가는 좌절하며, 누군가는 생을 마감하기도 하는 슬픈 현실 속에 살고 있다.
완벽주의에 매몰되어 있던 어벤추린은 우리들의 모습과 같이 자신의 실수를 극대화하고, 자책하고, 도피하고 만다. 눈 앞에 사라졌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람은 마음이 편해야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가끔은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속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관계가 깨진 사람과 얼굴을 보고 지내지 않는다고 해서 단절된 관계로 인한 아픔이 사라지지 않고, 용서하지 못한 채 어색한 사이로 지내면서 계속해서 마음속으로 죽였다가 살렸다가를 반복하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어떤 아픔이 있는 이유는 비슷한 아픔이 있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마리나의 아픔의 경험으로 실패만 한 것이 아니라 어벤추린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나의 어떤 쓰라린 아픔이 결코 그냥 있는 것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내가 겪은 일들, 내가 겪은 실패들, 내가 겪은 실수들을 통해 나는 또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 용기를 줄 수도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남보다 자신에게 가장 관대하지 못하다. 완벽을 요구하고, 실수를 허용하지 않으며, 더 잘할 수는 없었냐고 닥달하는 우리의 모습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모습인 것이 분명함에도, 우리는 그것들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만 멈추고, 그것만 끊어내어도 우리는 조금 더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이 내 인생 마지막 날이라면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면서 보내고 싶은데....
2년전 친구가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30대에 친구를 보낸 우리는 모두가 멘붕에 빠져서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의 삶이 유한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당연히 내일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살아가는데 사실은 내일이 주어질지 안 주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만약 오늘이 정말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 가까운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하지 못했던 표현들을 하고, 혹여나 풀지 못했던 관계를 풀고, 사과를 하면서 마무리하지 않을까?
옹졸하고, 급급하고, 쪼잔한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되는 책이다. 무엇을 하든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하는지가 중요하고, 어벤추린이 핫초콜릿을 만들 때 "내가 원하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만드는 것과 그냥 생각 없이 만드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듯이, 그 마음은 마시는 사람에게까지 전달이 된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의 삶이 아니라 진정한 나의 사명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이 가치가 있는 삶이기에 재정적인 풍요나 명예보다도 행복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인간은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