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Nov 16. 2019

황당한 제안

읭?? 뭐라구요??

나는 외향적이지만 북적거림은 싫어한다.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는 좋지만 굳이 필요 이상의 북적거림은 좋아하지는 않는다. 내가 헬스장 문을 열자마자 운동을 가는 이유도 그런 이유 중의 하나다. 되도록 몰리는 시간을 피하고 싶고, 어딘가를 이동할 때도 굳이 출퇴근 시간과 겹치지 않도록 차라리 조금 일찍 나가서 근처 커피숍에서 여유를 즐기는 편이다.



헬스장에서도 고독한 운동가처럼 혼자 러닝머신을 뛰고 혼자서 GX실에 들어가서 홀로 복근 운동을 한다. 9시부터는 GX실에 단체 수업이 있으므로 당연히 그전에 가야 한다. 수업뿐만이 아니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가면 꼭 청소하시는 분 시간과 겹쳐서 그분도 나에게 미안해하시고, 나는 운동의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으니 밖에 나와서 나머지 운동을 하는데 사람들 있는 공간에서는 아무래도 편하게 스트레칭하기가 머쓱 머쓱하다.



어쨌든 이렇게 사람 없는 시간에 운동을 하고, 그나마 공기가 쾌적한 시간에 운동을 즐기는데 샤워시간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은 드라이기 사용이 필수이므로 2대밖에 없는 드라이기가 모자랄 정도의 북적거림은 노노다. 근데 다행히 내가 운동을 마치는 시간대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소수이거나 혼자 사용하는 때도 많다.



그런데 어느 날 샤워를 하고 있는데 청소 아주머니께서 샤워실에 들어오셨다. 뭔가 청소하시려고 들어오셨나부다 하고 다시 씻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말을 거시는 것 아니겠는가. 그분은 옷을 다 입고 계신 상황이었고, 나는 씻고 있는 오묘한 상황이었다.



샤워실이 약 4줄로 되어있다고 치자면 내가 둘째 줄에서 씻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에게 황당한 제안을 하신다.

"밖에서 여기 안보이니 1번째 줄까지만 남자가 들어오면 안 될까요? 뭘 고쳐야하는데 봐야해서"

"네?? 저 5분이면 다 씻어요. 금방 씻을게요" 어차피 머리는 집에 가서 말려도 되고, 정말 후다닥 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5분을 못 기다리시겠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1번째 줄까지만 들어오신다고 해도 거울을 통해 비춰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편하게 씻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내가 숨어있을 수도 없는 거 아닌가? 딱 5분이면 다 씻고 나간다고 하는데도 계속 구시렁거리시더니 됐다고 하시면서 그냥 나가셨다.



아니 평소에 내가 친절하게 꼬박꼬박 인사도 하고, 항상 수고하신다고 웃으며 말하고 했는데 저한테 왜 그러시는지.... 어찌 씻고 있는 여자 샤워실에 남자가 잠깐이던지 뭐든지 들어오겠다는 발상을 하실 수가 있는지;;;너무 황당한 제안이었다.



내가 아닌 조금 더 연세가 있는 분이셨으면 그러라고 했을까?

정말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제안이었다.




구독은 저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만들어줍니다^^

구독과 라이킷, 공유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미션 풍차 돌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