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뮨 Nov 13. 2019

미션 풍차 돌리기

통장 풍차보다 더 신난다!!

우리 엄마는 운동 신봉자이시다. 등산과 수영은 기본이요 헬스와 댄스뿐만 아니라 한때는 몇백만 원짜리 자전거도 사셨었다. 뇌출혈이 오고 난 다음에는 더더욱 건강에 집착하셨다. 원래도 짜고 단거 싫어하고, 어쩌다 한번 하는 외식 메뉴도 건강에 안 좋은걸 먹으러 가면 건강강좌를 펼치셔서 엄마 생신 때는 버섯이나 도토리묵, 오리고기나 장어, 소고기 정도만 먹으러 갔지 삼겹살이나 돼지갈비 같은 것, 뷔페를 간 적은 없었다. 



끊임없이 운동을 다니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30대의 나는 나름 너무 바빴고 운동을 안 해도 팔팔하다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깡다구가 있는 성격이다 보니 운동을 1도 안 했지만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거뜬히 해냈다. 하고 나서 코피가 나도 재미가 있으니 그냥 하고 보는 그런 성향이다. 한 번은 스노클링으로 그냥 노는 날인데 거북이를 따라가다가 죽을뻔했다. 거북이의 속도가 그렇게 빠른지 모르고 오직 거북이와 동행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헤엄쳐갔는데(참고로 수영은 못한다. 오리발과 구명조끼로ㅋㅋ) 한참 뒤에 보니 남편이 저 멀리에 있었다. 미친 듯이 거북이만 보고 쫓아가다 보니 남편은 힘들어서 중간에서 다른 물고기들을 보면서 멈춰서 놀고 있었던 것이다.


체력적인 것도 그렇지만, 나는 게으른 나를 바꾸고 싶었다. 잠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에게 매일매일 실망했고, 자책하기를 반복하면서 차라리 환경설정을 하기로 바꾼 것이다. 새벽에 집에서 매트를 깔고  운동도 해봤지만 아무래도 집이다 보니 긴장감이 없어서, 매트에서 잠든 적도 있었다. 그리고 와이파이존이다 보니 스트레칭하면서 자꾸만 핸드폰을 계속하게되어서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19년 7월에 씽큐베이션 2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평소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니 나에게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결국은 제일 가깝고 저렴한 아파트 피트니스(6개월 12만 원)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렇게 2019년 8월 5일에 시작한 운동이 오늘로써 (2019년 11월 13일) 100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결심은 씽큐베이션 2기에 하게 되었고, 실행은 #달팽이챌린지를 통해 지속할 수 있었다. 매일 인증을 해야 하니 매일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강제성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닌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 #달팽이챌린지 덕분에 하기 싫은 날도 헬스장에 갔고, 뛰기 싫은 날도 조금이라도 뛰었고, 정말 시간이 없는 날은 집에서 유튜브 #땅끄부부 #여리나핏을 보면서 홈트를 했다. 



혼자서 운동을 하는 게 왜 힘드냐면 그만두어도 말리는 사람 하나도 없고 기록을 갱신해도 칭찬해주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은 지독히도 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달팽이챌린지 외에도 다른 카톡방에도 운동 초기에 인증을 했었는데 매일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호응이 사그라들었고, 되려 나를 운동 못하게 하려고 놀자고 꼬시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런데 함께 운동을 지속하거나, 각자의 미션을 지속하는 #달팽이챌린지는 달랐다. 이미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은 조언도 해주시고,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운동 미션이 아닌 독서와 글쓰기만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성장의 욕구가 뿜뿜한 분들이기에 서로를 위한 파이팅은 기본이었다. 그러니 지속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조금씩 꽤가 생기다가도 다른 분들의 인증을 보면서 다시 마음을 잡았다. 인스타그램의 #66챌린지도 마찬가지다. 대체 저분들은 나와는 다른 24시간을 사는듯한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셨다. 그런 분들의 피드를 보면서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고 다시 목표를 되새기며 달릴 수 있었다.



사실 초반에는 살도 좀 빠졌고, 근육량도 늘어나는 등 눈에 띄는 효과가 있었다가 중간에는 정체기가 찾아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식단관리가 느슨해짐에 따라서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럴지라도 내가 매일 운동을 지속하는 것은 뛰고 나면 이전에 내가 붙잡고 있었던 걱정과 근심이 어느덧 사라지고, 기분이 리프레쉬된다는 것이다. 우울을 묵상하고 싶지는 않다. 우울에 지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린다.


100일 정도 되면 왕자가 새겨진 복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었지만 PT를 받지도 않고 혼자서 고독한 운동을 하는 나에게 그것은 무리였나 보다. 사실 식단 관리를 조금 더 했으면 좋았겠지만 밀가루, 빵 끊기는 너무 힘들어서 오래 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래프의 모양이 C자 모양에서 서서히 D자 모양으로 가고 있으니 혼자서 이 정도 한 것은 훌륭하지 않은가 위로해본다. (무슨 대회 나가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더 꾸준히 하면 점점 좋아지겠지^^;;;;)


(좌) 2019.8.15_운동 10일째 인바디                                                 (우)2019.11.13_운동 100일째 인바디



그러던 어느 날 함께 달릴 수 있는 찬스가 왔는데 사실 그날 스케줄이 너무 많이 겹쳤었다. 나는 선택을 해야 했는데 많이 망설였었다. 예상으로는 그다음 주 평일에도 한번 더 모일 예정이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저 모임은 그날 아니었으면 갈 수 없었던 모임이었다. 그때는 그걸 알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스케줄을 과감히 포기하고, 아침부터 먼 곳을 찍고 판교를 갔다.



단 한 번의 경험이지만 누군가와 달려본 적 없는 나에게는 정말 중요하고 잊지 못할 고양의 순간이었다. 달리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 운동이야기를 오후 내내 했고, 또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수 점장님과는 와인까지 마시게 되었다. (우연히 친구의 소개로 방문한 미용실의 점장님께 수다를 떨다가 빡독을 전파하게 되었고, 어느새 점장님은 숙주가 되셨고, 신기하게도 미용실 외에 밖에서 처음 만난 게 체인지 러너스 모임이어서 깜짝 놀랐다. 내가 전파한 분이 빡독 숙주가 된 것도 신기한데, 함께 달리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말 우리는 어떻게 연결될지 아무도 모른다.)



https://youtu.be/Mio19OLvFjM


기본적으로 졸꾸러기들과 함께 하면 좋은 것은 대화가 잘 통하는 게 행복하다. 각자 다른 경험과 읽었던 책들이 모이고 모이니 화제가 떨어질 수 없고, 경청하고 공감해주니 대화할 맛이 난다. 저 날도 처음 만났지만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던 우리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몰랐다. 단체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했고 우연히 찍은 셀카 1장이 고작이었다. 윤PD님과 송PD님이 단체 사진에 빠진 게 아쉽기만 하다. 씽큐베이션 2기 세새시 부그룹장님인 강성규님과 카톡에서는 자주 얘기하지만 실제로 만난 건 오랜만이라서 즐거웠고, 현재 씽큐베이션 3기 실력팀 김주현팀장님과 함께여서 행복했다. 뭔가 다 연결고리가 생기니 신기했다. 이 모임이후 경원님은 풀코스를 완주하셨고, 수점장님은 10km 완주하셨다!!



벨라마키의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를 읽으며 나는 한번 더 달리기를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버스를 잡기 위해 뛸 때 말고는 뛸 일이 없는 내가 5키로를 뛰게 되었다는 게 나도 신기하다. 그런데 정말 운동 안 했던 나도 했으니 못할 것은 없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누구라도 어제보다 1분씩만 더 뛴다면 못할 것이 없다!!




https://brunch.co.kr/@nager128/126




PS. 혹시 통장 풍차 돌리기라고 들어보셨나 모르겠다. 매달 소액의 적금을 드는 것을 말한다. 1월에는 10만원짜리 1년짜리를 시작, 2월에는 또 10만원짜리 1년짜리 하나 더 시작, 3월에도 또 10만원짜리 1년짜리 추가. 이런 식으로 들다 보면 그다음 해에 계속해서 적금을 탈 수 있게 된다. 풍차가 돌아가듯이 계속해서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아주 재밌는 방법이고, 큰 금액을 한꺼번에 묶었다가 혹시라도 중도해지라도 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렇게 풍차로 하면 적금 타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점점 금액이 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적금 방법 중에 하나다. (예를 그냥 10만원으로 든 것이지 금액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궁금하신 분은 검색 고고^^) 


어쨌든 이렇게 적금 풍차 돌리기보다  재밌는 게 미션 풍차 돌리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2019년 11월 10일에 브런치 100일이었는데, 2019년 11월 13일에 운동 100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나름의 날짜를 카운트하면 그냥 무작정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동기부여가 되므로 모두들 자기만의 카운트를 시작해보시길 추천드린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구독은 저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만들어줍니다^^

구독과 라이킷, 공유와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 <



매거진의 이전글 무료 PT 효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