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 락커가 있지만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고, 아파트 지하 헬스장까지 2분 남짓 걸리므로 나는 매일 세면도구와 운동화를 들고 다니는 수고를 기꺼이 감행하고 있다. 솔직히 몇 번 까먹고 운동화 안 챙겨가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사태를 겪었을 때는 락커를 사용할까?를 고민했지만 배보다 배꼽이 클 수 없으므로 고작 2만 원의 헬스장료에 이것저것 붙이느니 그냥 들고 다니는 나님이다.
오늘로써 운동을 시작한 지 120일 되었지만 120일 동안 헬스장을 매일 간 것은 아니다. 나는 갤럭시 워치도 없고, 뭣도 없으므로 몇 번을 갔는지 보려면 일일이 다시 세어봐야 하는데 아직 세어보지는 않았다. 집에서 홈트를 한 날을 제외하고 그래도 꽤나 갔던 헬스장을 갈 때마다 사용한 신발을 넣어 다니던 종이가방이 120일이 되니 뚝 끊어졌다. 종이가방이 4달을 가다니..(물론 하루 종일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잠깐 사용하므로 4달을 버틴 듯)
종이가방을 다른 브랜드의 종이 가방으로 교체하면서 바꾼 종이가방은 또 몇 달을 가는지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던지 자기의 소임을 다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은 역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사람이던지 물건이던지 상관없이 말이다.
나무는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열매를 주고, 그늘을 주고도 땔감이 되기도 하고, 숯이 되기도 하고, 종이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이렇듯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까지 쓰임을 받고 싶으면 나의 여러 가지를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시간관리는 물론이고, 건강관리도.
인체는 정말 신비로워서 여러 가지 신호들을 준다. 다래끼가 왜 생겼는지 혼자만 몰랐다. 12시 넘어서 자고 5시 20분에 일어나는 시스템이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매일같이 뭐가 그렇게 할게 많은지 자는 시간이 자꾸만 아깝고, 뭘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금방 갔다. 여름쯤에도 다래끼로 고생했는데 또 그렇다는 것은 몸이 피곤하다는 증상이니 건강관리가 우선인 지금이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숙면시간을 확보하기로 했다. 어제는 10시에 잠들었다.
몰라서 안 지키는 건 아닌데 우선순위에 두지 않으면 자꾸만 뒤로 밀려버리는 것 같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쓰임을 받기도 힘들다. 그래서 그 무엇보다 잘 자고, 잘 먹고,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건강관리가 중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2019년을 열심히 달려오긴 했지만, 남은 12월은 조금 더 시간을 알차게 쓰고 자는 시간을 확보해보자.
요새 공부하느냐고 장도 못 봐서 매일 그냥 그냥 먹었는데 엄마가 만들어주신 추어탕을 먹으면서 몸보신을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