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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Aug 19. 2019

삶의 의욕이 없다면...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됩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등장 인물들의 성향 분석하는것을 좋아한다. 디퍼런스 수업 중에도 종종 했었던 것이고, 드라마를 보던지(지금은 집에 TV가 없어서 드라마를 볼 수 없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도 '저 사람은 어떤 성향을 갖고 있을까?'라고 궁금해하기도 하고, 추측해보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검사 진행을 해보면 거의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보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확실히 약점이 먼저 보이고 지적하기 바빴던 과거와 달리, 강점을 먼저 찾게 되었으니 공부의 최대 수혜자는 나 자신인 것 같다.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면서도 나는 그의 내면을 보려고 노력했고, 겉으로 보이는 행동이면에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를 계속해서 생각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기존의 나라면 '왜 이렇게 툴툴거려? 사회성 결여야?'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나는 오베 아저씨가 측은하고, 불쌍한 느낌이 더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다들 쉽게 알고 있는 MBTI로 추측해보자면, 오베 아저씨는 ISTJ 성향으로써 책임감이 강하고, 자신이 정해놓은 틀대로 행동하는 게 편한 사람이며, 관계지향적이라기보다는 논리적이면서 일 중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성향의 사람들이 없으면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해서 세상의 소금형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뜬구름 잡는 얘기보다는 실제적이고, 사실적인 것을 우선시하는 성향이며, 내향형이긴 하지만 결정을 지향하는 내향형이다.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직시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경험을 잘 이용한다. 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매일 같은 시간인 6시 15분 전 (5:45)에 일어나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들을 순서대로 처리하며, 상황에 따라 여건에 따라 생각하기보다는 규칙은 규칙이라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또한 손재주가 아주 뛰어나서 손으로 하는 일들과 눈앞에 주어진 일들을 처리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옳고 그름이 저절로 판단되며, 자신이 가치 있는 곳에는 아낌없이 쓰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돈을 절약하는 편이다.


앞에서 아주 앞장서는 리더형이라기보다는 중간 리더십에 더 잘 어울리고, 자신이 맡은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책임을 지며, 갖고 있는 잠재능력이 많은 사람이다. 다만 완고함(똥고집)이 때로는 사람을 답답하게 하기도 하지만, 또 이 성향을 잘 사용하면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기도 하다.(모든것에는 양면성이 있다. 강점과 약점의 뿌리는 같다)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오베 아저씨의 성향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훈련하고, 혼자서 다 하기보다는 역할을 분담하는 훈련을 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칭찬이 그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이라서 진실성있는 적절한 칭찬을 한다면 잠재능력을 아주 잘 발휘할 수 있다.



자 그럼 오베 아저씨가 사랑한 쏘냐 아줌마는 어떤 분일까? 정말 신기하게도 오베 아저씨와는 정반대 성향이라고 할 수 있겠다. ENFP는 ISTJ와 달리 호기심도 많고, 스파크가 팍팍 튀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얌체공 같다고나 할까? 다양한 생각들과 호기심이 그치지 않으며, 관계를 중요시하고, 현재만 충족시키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편이다. 열정과 통찰이 뛰어난 편이라서 부분만 보지 않고 전체를 보며, 지금 현재보다는 미래를 꿈꾸며 낙관적으로 사는 타입이다.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나오는데, 일반 학생들이 아닌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수백 명을 가르친다고 나오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하고, 포용력이 많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으로 보인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고, 객관적이고 책을 좋아하며, 고난에도 강한 타입으로써 늘 소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 타입이다. 늘 다른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며,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이다. 낭만과 여행과 음악을 좋아하는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팔방미인으로써, 재주도 많고 인기도 많은 선생님이었을 것이다. 항상긍정적이고 웃기를 좋아하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쏘냐 주위에는 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이렇게 둘은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다름이 서로의 채움이 되었다고 보인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쏘냐와 듣기를 좋아하는 오베, 가르치기를 좋아하는 쏘냐와 그것을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오베, 쏘냐가 무엇을 하든지 묵묵히 기다려주는 오베, 쏘냐가 요구하는 것을 결국은 들어주는 오베.. 둘은 정말 잘 만난 천생연분이다.





16살에 고아가 된 오베에게 사랑과 열정과 웃음이 많은 쏘냐는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였을 것이다. 자신은 음악도 좋아하지 않고, 고양이도 별로고, 낚시도 해보지 않았고, 아이를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있지 않아서 아버지 설명서를 찾는 오베이지만 결국은 쏘냐가 좋아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받아들였고, 어느덧 그것들을 묵묵히 조금씩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베를 보고 사회성이 떨어진다, 괴팍하다, 무뚝뚝하다, 까칠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울 기회가 별로 없었고 16살에 혼자가 되어 살아가기가 녹녹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난이 있었을 것인가. 우직하고 성실한 아버지의 성품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꾀를 부릴 줄도 모르고, 샛길로도 갈 수 없는 성향이었으니 그 길이 더 외로웠을 것이고, 유복하게 자란 사람들처럼 여유가 있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쏘냐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계속해서 자살을 꿈꿨을까? 쏘냐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 준 유일한 인물이었을 것이고, 쏘냐의 부재가 너무 큰 부분을 차지했기에, 쏘냐가 없는 삶을 살아갈 힘이 없는 오베는 계속해서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면서도 사후처리를 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비닐을 깔고, 기차 자살을 고민할 때에도 여러 가지 배려하는 모습이 오베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 피해를 주기 싫어하고, 자신의 일은 자신이 책임지고 말겠다는 강한 책임감 말이다.





쏘냐가 떠나고 난 뒤 외롭고 고독하기만 한 오베의 삶에 쏘냐와 비슷한 '파르바네'를 비롯해서 여러 이웃들과 고양이까지 등장을 함으로써 결국은 자살을 시도하기보다는 뒤처리를 하느냐고 바쁜 삶을 살게 된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라는 말이 된다. 우리가 막연히 자살을 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도 목숨은 1개이고, 죽음 이후를 경험한 후 다시 살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문제로부터의 회피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남은 자들, 내 주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빈자리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상실감의 크기를 어찌 간접경험으로 알 수 있을 것인가. 오베 옆에 쏘냐가 없는 것은 게다가 아이까지... 너무 슬픈 일이었지만 오베 옆에는 또 다른 이웃 사람들로 채워져가고 있었다. 그렇다. 그 사람을 잊지는 못하지만, 대체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또 다른 만남으로 살아갈 힘을 얻고, 서로에게 힘과 의지가 되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힘들면 힘들다고 털어놓고, 외로우면 외롭다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SNS으로 보기에는 다들 그럴듯하게 살고 있을지 몰라도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거친 방법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닌 성숙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삶의 의욕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나 자신이 그럴 수도 있다. 토닥토닥해주자. 그 사람의 강점을 살리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주자. 결핍을 자꾸 후벼 파서 상처를 덧나게 하지만 말고, 제발 그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고, 그 사람이 무릎을 일으킬 수 있는 적절한 격려를 전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약점만 바라보지말고, 강점을 살리자!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성향들도 있다. 그 성향들을 속을 좁다고 하지 말고, 농담에 언짢아하는 사람에게는 부적절한 농담을 하지 말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적당한 선에서 하도록 하자. 내 입에서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어깨를 늘어뜨리는 말을 하는 것보다는 그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는 사람이 멋있지 않은가?! 먼저 나 자신에게부터 실천하고, 또 가까운 가족과 동료와 친구들에게도 안 좋은 말들은 이제 스탑 하고, 그 영혼을 살리는 좋은 말을 하도록 애써보자!


아 물론 이것은 안 좋은 것을 무조건 좋게 말하라는 말이 아니다. 때로는 고쳐할 점이 보이기도 하고, 수정해야 할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의 내용보다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듣는 사람의 감정은 달라질 것이다. 지적이나 훈계가 아니라 조언으로 들리도록, 사랑을 담아서 상대방의 성향에 맞춰서 하자는 말이다. 물론 이것을 위해서는 각자 자기 자신을 잘 알 필요가 있다. 나 자신도 모르는데 어찌 남을 맞추겠는가. 나 자신을 온전히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가도록 나도 현장에서 상담을 할 때든지, 청소년들을 대할 때든지 항상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스포이긴 하지만, 자살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요. 오베 아저씨!

츤대레인 오베 아저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성향이 완전히 다른 남편을 더욱더 받아들이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MBTI 에 디퍼런스의 성향 분석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MBTI로만으로는 추측할 수 없는 내용들도 있으므로, 참고부탁드립니다^^




디퍼런스 전문가이자 청소년지도자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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