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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Aug 29. 2019

애는 어쩌고 이 시간에 왔어?

이거슨 아니쥐~~(feat.허재아재)

운동 6일째. 힘들긴 하지만 6시에 헬스장으로 직행했다. 아파트 휘트니스 센터이긴 하지만, 새벽시간대에 아는 사람은 없다. 아.... 나의 뺨을 만진 그녀 빼고^^;;;

https://brunch.co.kr/@nager128/18



운동 초보라서 아직 즐기는 경지는 아니다. 차차 밝히겠지만 뺄 수밖에 없는 지경에 다다라서 빼고 싶은 것뿐이다. 운동을 아직 막~ 즐기지는 못하고, 습관 형성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매일 같은 시간에 가는 거라서 꾀가 나면 종종 핸드폰을 하기도 한다. 옆에 있는 아줌마도 사이클을 타시면서 핸드폰 삼매경이셨는데, 갑자기 그녀가 나타났다. 우리를 둘 다 아는 그녀는 (그래 봤자 2번 헬스장에서 마주친 게 다임ㅋㅋ) 핸드폰 하지 말고, 바른 자세로 RPM 70 이하로 떨어뜨리지 말라고 하면서 5분쯤 수다를 떨다가 개인 PT를 받으러 가셨다.


같이 호응을 하다 보니, 옆에 사이클 타는 아줌마와도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물론 같은 시간대에 운동을 하면 얼굴 정도는 익히게 된다. 말은 안 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말이다. 이때 시간이 아침 7시쯤이었다.

"애기는 어떻게 하고 이 시간에 운동해요? 어리지 않아요?"라고 질문을 하셨다.



흐음... 하도 많이 겪어봐서 이제는 무던하긴 하지만... 나는 본의 아니게 딩크족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혼 12년 차이지만 자연임신이 되지 않았고, 병원에도 몇 번 가봤지만 시술까지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 이면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사건들이 얽혀있으므로 패스하기로 하고.... 어쨌든 지금은 아이가 없는 삶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나... 별 수없지 않나.. 뭐 그러고 사는 중이다.



어디를 가든지 "애기는 몇 살이에요?" "형제는 몇?" 등등 끊임없는 질문들이 날아와서 사실 아파트에 사는 게 불편하기도 했었다. 전원주택에 산 적도 있지만, 그 동네도 마찬가지였다. 시시콜콜한 질문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우리 어머니들^^ (근데 반대의 상황일 때 나도 그럴 수 있으므로 이해하는 편이다) 이걸 묻는 것을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기꺼이 "아직 애기가 없어요. 결혼한지는 꽤 됐고요"라고 의연하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의 짬밥은 된다.



요즘 그런 사람들도 많다더라~ 블라블라~얘기를 하실 때 그냥 웃으면서 받아칠 수 있다. 하도 많이 들은 질문이었고, 많이 겪어봤으니까.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는 사람의 딸이 명문대를 나오고, 대기업을 다니는데 결혼 5년 차가 돼도 애가 안 생기더라고. 이상하지~ 여자가 똑똑하고 잘 나가는데 말이야"

.

.

.

이것은 무슨 논리인가?

명문대를 나오고, 대기업을 다니는 것과 난임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옛날의 나였다면 표정에서 불쾌함이 드러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상담을 공부하고, 수많은 일들을 인생에서 겪으면서 워낙 다양한 사람이 있고,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으므로 예전과 같은 반응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이 씁쓸한 것은 씁쓸한 것이다. 난임으로 힘든 것은 당사자들이 가장 힘든데, 주변에서는 위로랍시고 쓸데없는 말들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하면서 주워 담지도 못하는 말들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제발 논리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논리가 없다면 책을 좀 읽고, 공부를 좀 하자. 아니면 그냥 입 다물고 있던지.



그 이후로도 아침마다 뵈면 목례를 가볍게 한다. 하지만 쓸데없는 감정싸움을 하고 싶지 않고, 내 소중한 운동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어지간하면 떨어져 있는 기구를 이용하거나, 눈을 감고 운동에 집중해버린다. 난 소중하니까! 난 그런 말로 더 이상 괴로워할 시간이 없으니까!

이보다 더한 것을 겪은 난임부부들이 많을 것이다. 한때는 그런 사이트에 들어가서 욕이 쓰여있는 글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던 나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는다.



내 삶에 2세가 있을지 없을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에만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또 내가 배운 것을 나누며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혹시라도 딩크족에게 "애 없어서 편하겠다"라는 말도 조심해야 할 말일 것이다. 아이가 없는 삶은 당연히 육체가 편할 수도 있지만, 마음의 짐까지 타인이 알 수는 없지는 않은가? 자발적으로 딩크족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고, 비자발적으로 그렇게 된 사람들도 있다. 특별한 원인도 모르고, 또 어찌어찌하다 보니 세월이 흘러 이미 나이는 훌쩍 시기를 넘어섰고....

말을 할 때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하고,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고 말하고, 망설여지는 말들은 하지 말자. 진심이 아니라면 겉치레 위로의 말들도 넣어두기를 부탁드린다. 우리 모두가 인식이 개선되고, 배려있는 말들을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말이다.






디퍼런스 전문가이자 청소년지도자 김윤정

https://blog.naver.com/nager128

https://www.instagram.com/66challenge_kim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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