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12년째 둘이서 살고 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들은 우리를 딩크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의 자유로운 삶을 부러워들 한다. 참 사람은 간사하다. 남의 모습만 부러워하니 말이다. 나 또한 그러한 인간이다. 내가 부러워하는 모습 중에 대표적인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커피숍에서 알콩달콩 뭔가를 하는 커플들이다. 스킨십은 물론이고, 공통된 관심사로 수다를 떤가던가, 함께 책을 읽는모습들이 부럽다. 애도 없는데 하면 되지 뭐가 부럽냐고?? 남편은 커피숍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사람들과 가야 할 때는 가지만, 편하게 NO 할 수 있는 나에게는 거침없이 NO라고 한다. (가더라도 금방 나오기 때문에 이렇게 가는 건 의미 없다. 나는 스타벅스에 가면 공부를 몇 시간 하거나, 책을 몇 시간 읽거나, 상담을 몇 시간 하거나가 일상이므로 30분 이내로 일어설 바에야 안 가는 게 낫다)
또 하나는 아주 갓난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오는 부부들이다. 돌 이전의 아주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는 커피 한잔에 고단함이 씻기는듯한 표정이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먹는 것도 대충 먹고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이 안되지만, 주니어를 한없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던지, 번갈아가면서 안으며 행복을 느끼는 표정은 정말이지 부러울 뿐이다.
명절 연휴가 짧았지만 코에 바람 한번 못 넣고 양가집과 우리 집에만 머무니 좀이 쑤신다. 외향형인 나는 이럴 때 한번 나가줘야 짜증이 안 나는데, 역시나 커피숍은 싫다는 남편. 자도 자도 졸리다며 집에서 쉬겠다는 남편을 두고 혼자 스타벅스로 향한다.. 예전의 나라면 투덜투덜 거리며 다른 집 남편과 비교하거나, 지금까지의 불만을 표출해서 싸움꺼리를 만들었을 것이다(게다가 시댁에서 받은 차별이나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더더더욱 그랬겠지)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싫다는 남편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물론 스스로 변화한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하겠지만) 혼자 씩씩하게 스타벅스로 인강 들으러 간다. 게다가 명절에는 50% 할인 이벤트도 있으니 누려본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서 할인받고, 부드러운 카스테라를 시킨다. 그러고도 금액이 남아서 내일 운동 끝나고 아침 스터디에 가서 먹을 바나나도 2개 산다.총 10,500원인데 추석 연휴에는 BC카드 1만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청구할인이므로 5,500원이다(아쉽게도 별 적립은 되지 않지만)
5,500원으로 내일 아침 간식까지 킵하고 인강을 들으며, 마지막 연휴를 행복하게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