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모든 것을 기록하고, 모든 것을 핸드폰으로 결제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핸드폰 없이 외출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되는 것이 사실이다. 모르는 길을 찾아갈 때는 길 찾기를 이용해야 하고, 전철을 최단시간에 갈아타려면 몇 번 출입문에서 타야 하는지도 검색해야 하고, 가면서도 카톡이나 페북, 인스타를 종종 확인해야 하고 등등 이미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핸드폰 녀석이다.
부부는 닮는다는 말이 있는데 결혼한 지 어느덧 13년이 넘다 보니 점점 더 실감된다. 밥 먹을 때 앉는 자세나 누워서 핸드폰이나 책을 읽을 때의 자세가 쌍둥이처럼 똑같아지는 것을 보면 깜짝깜짝 놀란다. 성향이 완전히 반대임에도 생활하는 게 비슷하다 보니 행동이나 라이프스타일이 닮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핸드폰은 거의 무료폰만 사용하는 우리 부부는 어쩌다 보니 핸드폰도 똑같다. 특별한 케이스를 쓰지 않고 일반적인 투명케이스를 쓰고, 그 뒤에 신용카드 한 장을 껴놓은 것도 같은데 심지어 신용카드도 가족카드라서 색깔도 똑같다. 그러다 보니 가끔 상대방의 핸드폰을 자기 핸드폰으로 착각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요즘 역사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데 흠뻑 빠져있는 남편이 전화는 안 되는 구휴대폰과 회사에서 사용하는 테스트폰까지 동원해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2명이 살고 있는 집에 어쩌다 보니 핸드폰이 4대나 뒹굴러 다니고 있었던것이다. 주말에 나만 급하게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리 찾아도 내 핸드폰이 보이질 않았다. 아직 냉장고에 핸드폰을 넣어두는 일은 없었는데 이상하리만큼 핸드폰이 보이질 않았다. 외출을 할 때 여유 있게 장소에 도착하기 위해 시간을 넉넉히 잡아두고 나가는 편인데 핸드폰이 없으니 집을 나설 수가 없었다. 어디 안 보이는 곳에 있나 하고 남편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도 그 어디서도 진동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집안에 있다면 소리가 조금이라도 울릴 텐데 몇 번을 해도 집안은 조용했다.
범인은... 남편이었다.
남편이 내 핸드폰을 자기 핸드폰으로 착각하고 갖고 나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전 밖으로 외출을 한 게 아니라 아파트를 산책하고 있어서 1층에서 핸드폰을 받아서 무사히 외출을 할 수 있었는데, 만약 남편이 내 핸드폰을 갖고 회사라도 가거나 시내로 외출을 했다면 어쩔뻔했을까?ㅋㅋ 서로의 카톡을 전송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밖에 갖고 나간 적은 없지만 방으로 자러 갈 때 착각해서 잘못 갖고 들어간 전적이 있기에 남편에게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바꿔서 외출하는 일이 없어록 앞으로는 정신을 단디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