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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Dec 06. 2020

나는 그곳에 씻으러 갑니다

매일 헬스장 가는 비법 1

헬스장 초보를 헬스장의 어린이라는 뜻으로 '헬린이'라고 부른다. 우연한 기회에 운동을 1도 안 하던 내가 작년부터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헬스장이라 월2만원 이라는 금액에 만족하며 열심히 트레드밀만 애용했다. PT의 가격이 부담스러웠고, 기구는 만지지도 못해 런닝머신과 싸이클 정도만 이용하고, 혼자서 빈 GX실에 들어가서 맨손운동을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는 외향적이지만 헬스장에서 쓸데없이 말 거는 아줌마들이 좀 부담스러웠고, 친하지도 않은데 사생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헬스장 내에 있는 사우나도 몇 번 이용하지 못했고, 운동시간도 웬만하면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사용하곤 했다. 



이사 온 동네에서 운동할 곳을 찾다가 헬스, 필라테스, 요가를 함께 다루는 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선정할 당시 나는 매우 바쁜 상태여서 상담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는데 첫 번째로 상담을 간 곳에서 미끼를 문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새로 오픈하는 헬스장이어서 깔끔했고, 1일 2회 방문 가능도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너무 배우고 싶었던 기구 필라테스를 주 2회 듣기로 했고, 플라잉 요가를 포함한 요가 수업은 한 달 동안 무료로 오픈 강좌로 운영한다는 것도 솔깃했었다. 



안 하던 종목을 하게 되면 안 아픈 곳이 없다. 스트레칭이 잘될 리 없는 몸이고, 어려운 동작이 천지이며, 호흡법도 운동마다 달라서 헷갈리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것을 뛰어넘는 것은 안되던 동작들이 되고, 이전보다 수월해지고, 땀을 흘리고 나서 상쾌한 것을 맛보면서 슬슬 운동에 맛을 들리며 재미를 넘어 중독으로 넘어가게 되어있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단 매일 꾸준히 가야 한다는 것이다. 잘하던지 못하던지 상관없이! 아프든지 말든지! 내 컨디션이 좋던지 나쁘던지 상관없이 말이다. 집에서 100m에 불과한 가까운 헬스장이라서 나는 씻으러 간다. 어차피 집에서 씻나 100m 가서 헬스장에서 씻나 마찬가지기에 운동을 하기 싫은 날도 스스로를 설득한다. 헬스장 가서 씻는 게 더 좋지 않냐며.... 아무리 기분이 다운되고, 근육통이 있고, 귀차니즘이 있는 날이라도 헬스장 가서 씻고만 온 날은 없다. 어떻게든 헬스장에 가면 걷기를 하던지, 스트레칭이라도 하던지, 아무튼 뭐라도 하고 오게 되어있다.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해서 씻으러라도 간다고 생각하고 간 덕분에 요즘 욕실 청소 횟수가 줄어들어서 편한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유치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람은 다 유치한 법이다. 모두가 똑같은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 같은 헬린이가 운동의 재미를 붙이려면 매일 가는 것이 포인트였고, 그 매일의 포인트는 씻으러 가는 것이었다는 것.... ㅋㅋㅋ



한동안 바빠서 브런치에 글을 쓴 시간도 없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을 잊기 전에 글로 써놔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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