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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뮨 Dec 24. 2020

20년만의 대학생

고3 시절 대학교와 전공을 선택하려 할 때 여러 가지가 애매했다. 뛰어난 점수도 아니고, 음대를 가기에는 실력이 부족했으며, 집안 형편도 그리 좋지 않아서 그냥 빨리 취업을 해서 내 몫의 돈벌이를 감당하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 내내 임원을 할 정도로 리더십이 있었고, 음악과 글쓰기에 관련된 것을 좋아했지만 대학교를 선택할 때 이런 것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그냥 점수에 맞춰서 눈치 작전을 짜기 바빴을뿐이다. 



보건대 병원경영학과에 입학을 했지만 영 적성이 맞지 않았다. 의학용어가 끔찍했고, 말하기 너무 창피하지만 F를 맞아본 적도 있다. 아직도 있는 그 당시의 일기장에는 편입의 고민이 가득했다. 편입을 하고 싶었지만 그 당시에는 영어의 장벽에 의해 편입에도 도전하지 못했다.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핑계로 알코올 쓰레기 생활도 해보고, 가난과 사회에 불만도 많았다. 아산병원에 근무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 일이 나와 너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6개월밖에 버티지 못했다. 그런데 웃긴 건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적성이 안 맞는 일도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환자들의 우울함이 나를 삼켜버릴 것 같아서 어떻게든 탈출하고 싶었다. 



이후에 비서일을 하게 되었는데 차라리 이 일은 행복했다.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갖고 살 수밖에 없는 계약직 직원이었던 것이 아쉬웠지만 말이다. 몇 년 후 일본어를 1년 동안 악착같이 공부해서 동경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지만 귀국 후 일본어를 써먹을 줄 알았던 내 인생은 다른 일을 하느냐고 전혀 써먹지 못했고, 지금은 회화도 가물가물 할 정도다. 



20대의 대학생활에서 '과' 사람들은 거의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로 애정이 없었으며 늘 뒷자리에 앉아 겨우 출석이나 하는 정도에 불과했고, 그놈의 동아리가 뭔지 거기에만 목숨을 걸고 공연을 했었다. 그 당시에 내가 '과'에 소홀했던 이유가 단순히 적성에 맞지 않아서야!라고 생각했지만 요즘 책을 읽으면서 내려진 결론은 '과'의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해도가 낮으니 재미가 없고, 재미가 없으니 성적이 낮고, 이것의 악순환이었던 것이다. 배운것들이 완전히 이해가 되었다면 다른 결과가 펼쳐졌을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난 겨우겨우 끌려가는 정도였을뿐이었다.



같은 동아리를 하면서도 장학금을 받는 친구들도 있었던 반면에 단 한 과목이지만 나는 F를 받았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 공부를 열심히 해서 따라잡을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안 맞는다고 투덜거리기 바빴다. 과 선배들도, 과 교수님도 다 싫었기에 노는것을 좋아하는 나인데도 과 행사가 싫을 정도였다. 동아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지만, 과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인물이기도 했으니 말 다했다. 그 당시 등록금을 내주시는 게 쉽지 않았던 부모님 걱정은 오지게 하면서도 행동은 왜 그 따위로 했는지..






그러다 많은 일들이 지나고 20년 후 다시 대학교에 편입하게 되었다. 물론 이 학교 입학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전에도 일본어학과에 입학했지만 입학만 했지 다녀보지도 못했다. 그러다 마침내 "청소년 교육과"에 3학년으로 편입해서 드디어 졸업을 맞게 되었다. 오예!!!



사실 위에 의학용어 과목 F를 맞았다고 했지만 F는 재수강을 하기에 A학점으로 성적이 세탁되었다. 그래서 내가 얘기 안 하면 그 누구도 F를 맞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 스스로가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스스로 그 시절에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지금도 그 당시의 성적증명서를 떼어야 할 일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성적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했어야 했는데 심하긴 했다. 근데 또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20년만에 다닌 이번 학교에서는 적어도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수도 있으므로 정말 세상에 버릴 경험은 1도 없다고 생각한다.



방송대학교에 편입해서 몇 번의 장학금을 받고, 스터디 활동을 비롯해서 봉사활동도 열심히 했지만 나보다 더독하게 공부해서 완벽하게 전액을 다 받고 다니신 분들도 꽤 많으실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하기에도 나는 많이 애썼기에 스스로 마지막 학기를 이렇게 마무리한 것이 대견스럽다. 



마지막 학기에는 장학금을 안 주는게 아쉬울뿐이지만ㅠ



2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과제와 시험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했으며 1인 몇 역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으므로 스스로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나의 모든 사정을 다 오픈할수는 없지만 입학할 당시와 너무나도 다른 상황과 환경이 펼쳐진 올 한해였는데 휴학하지 않고 무사히 졸업을 하게 되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고생많았다. 20년만에 다시 졸업한 늦깎이 대학생이여!



혹시라도 나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후회되시거나, 다시 공부를 하고 싶은데 망설여지는 분이 계시다면 일단 도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우글우글한 그곳에 가면 (마치 우울할때 전통시장에 가면 삶의 감사와 의욕이 샘솟는것과 같은 효과다) 어떻게든 다 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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