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거나 차를 마시듯 출근길에 책을 한 권 픽한다. 누가 보면 내가 엄청나게 책을 오래 읽은 사람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책에 입문한 지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그전의 삶은 책과 동떨어진 삶이었다. 이전에 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해보지 않았어도 해보면 되는 것이고, 익숙하지 않은 행위도 하다 보면 익숙하게 되어있다.
아침 6시에 헬스를 다녀왔어야 했는데 피곤했는지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잤다. 운동을 하고 나면 어느 정도 뇌가 깨고 상쾌한 반면, 일어나자마자 출근을 하면 약간 멍한 상태로 전철을 타고 반자동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이렇게 몽롱한 상황에서 새로운 지식을 집어넣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침에는 재독을 주로 하는 편인데 확실히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고, 줄 쳐진 곳의 느낌도 색다르게 느껴져서 깜짝 놀라는 중이다.
수많은 책을 알라딘 중고로 팔았어도 어느새 또 책꽂이에 책이 찼다. 양심상 1번씩은 읽었지만 모든 책이 나의 것으로 소화되었다고는 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다음에 재독을 함으로써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것보다 좋은 것이 있을까!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아침에 옷을 골라 입듯이 어떤 향의 커피와 차를 마실까를 고르듯이 책 한 권 골라서 출근한다. 그러면 1시간 내내 지옥철을 타고 이동하더라도 책으로 조금 더 즐겁게 이동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아침부터 서로 밀치고 끼이는 상황에 (3번의 환승을 하는데 어찌 그리 사람이 많은지) 인상을 쓰거나 핸드폰을 하긴 하지만 뭔가 신나 보이지는 않아서 안타깝다.
되도록 손목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의 무겁지 않은 책 중에서 그날 아침에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픽한다.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없는 직장인들이라면 이렇게라도 환경설정을 하지 않으면 독서는 자꾸만 뒤로 밀리게 된다. 물론 한 달어스를 통해 매일 읽고 쓰는 환경설정도 한몫을 한다.
이렇게 하루에 30분, 1시간이 쌓여서 몇 년이 된다면 얼마나 많이 변하겠는가? 시간이 엄청 많아서 각 잡고 몇 시간 동안 책만 읽을 수 있는 직장인들은 많지 않다. 시간이 없다고 투덜 되기보다는 나의 상황과 환경 속에서 깨알같이 활용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커피를 하듯이
자연스럽게 책 한잔 하면서 아침을 맞이해보자.
그 누구보다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또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향긋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