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 앙상한 다리가 걱정될 정도로 마르신 할아버지가 계시다. 사이클을 아주 느린 속도로 타신다.
그래도 사이클은 앉아서 다리만 돌리는 거라 괜찮다. 이내 곧 러닝머신으로 이동하신다. 일단 이어폰을 딱 꽂고 걸으시는데, 아마도 헬스장에서의 최저속도일 것이다. 다행히 앞에 손잡이를 꽉 붙잡고 아주 천천히 걸으신다. 아마도 속도는 2 정도 될 것 같다. 족히 80은 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께서 앙상한 다리지만 나이키 운동화를 딱 신고, 이어폰을 끼고 러닝머신을 걷는 모습은 내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내가 사이클을 타고 있을 때 러닝머신을 타고 계신 할아버지가 정면으로 보이므로 저절로 시선이 가게 된다. 나는 혹시라도 내려오시다가 넘어지시면 큰일인데라고 걱정을 하지만, 할아버지는 별문제 없이 천천히 내려오신다. 나보다 적어도 2배의 인생을 사셨을 할아버지께서 꿋꿋하게 운동하시는 것을 보면서 나는 허벅지가 아파서 그만두고 싶은 욕망을 잠재우며, 다시 힘을 내어 페달을 밟는다.
지금까지 나는 머릿속으로 별의별 종류의 운동을 다했다.
그러다 실제로 움직인 것은 고작 47일째이다.
말로는 뭘 못하겠는가?
왕년에 운동 안 해본 사람이 어딨겠는가?
그러나 지금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작해서 하는 게 중요하고, 계속해서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혹시라도
"공부해야 하는데..."
"책 읽어야 하는데..."
"운동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르긴 몰라도 80도 넘은 어르신도 러닝머신 위를 걸으시는데, 당신은 언제까지 미루기만 할 것인가?
당장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고, 그 작은 것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도달해보자. 그게 뭐가 되었던지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