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유통,소매) 인사팀은 어떤가요?
다른 사람들을 포용하고 이해하는 노력, 거기다가 커머셜 센스까지 있다면!
인사팀 근무 경력이 15년 정도 되지만 리테일 인사팀의 경력은 대략 절반 정도가 된다. 첫 리테일 경험은 직원수 20명 미만의 작은 매장이 전국에 60여 개가 있는 회사의 본사에서 근무했는데 직원수가 1000여 명이 되었지만 모든 직원을 만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지금은 한 매장직원이 500명이 넘는데, 인사팀은 매장 내 사무실에 있기에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을 만날 수 있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의 인사팀은 조금 독특하다.
보통 인사팀이라고 하면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징계나 채용을 담당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서는 조금 무서운 (혹은 힘이 많은) 부서로 여겨지는데 개인고객을 직접 만나는 소매업이 주요 업종인 회사의 경우는 워낙 커머셜(영업, 판매 등)이 중요하다 보니지 원부서는 상대적으로 힘이 없다.
여전히 면접을 보거나 채용을 위한 중요한 행정업무를 하고, 급여나 성과보상업무는 하고 있지만 의사결정권은 보통 각 부서의 매니저가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른 리테일 업체는 모르겠지만 내가 일했던 외국계 리테일 회사의 경우는 인사팀이지만 매장으로 자주 지원도 나가고 경력 15년 차이지만 Hands on 업무를 많이 한다. 직원들의 유니폼을 나눠준다거나, 가위가 없는데 지금 매장이 바빠서 못 가지러 간다 그러면 가져다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동시에 많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인사팀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쉽게 하러 오기도 한다. (물론 아직도 많은 직원들이 인사팀은 불편해하고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좋은데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이 회사의 분위기 이기도 하고 단순한 행정업무뿐 아니라 같은 동료끼리 겪는 갈등이나 때로는 개인적인 성장에 대해 상담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찾아오는 것이 리테일 인사팀의 가장 큰 메리트인 것 같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에 고민이 많다. 직원들의 나이 때가 다양해 이메일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며(대부분), 매장 근무를 하다 보면 컴퓨터 접속이 쉽지 않다. 카카오톡으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고 사내 게시판을 활용하지만 직원들은 잘 읽지 않는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같은 질문을 하러 오면 피곤해져서 “직원 게시판에 있어요”라고 안내를 했다가는 불친절하다는 컴플레인을 받는다. 하긴, 직원들 역시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같은 질문을 매일 받을 텐데, 대답하기 귀찮다고 “약관 읽어보세요”라고 안내를 하지는 않으니까.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직원들의 직무를 더 많이 이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사실 영업판매 쪽에서 일하던 직원이 자연스럽게 인사팀으로 전배 되는 경우도 많다. 사실 매장 출신의 인사 팀원은 확실히 달라도 뭐가 다르다. 늘 헤드카운트 (직원수, 예산과 직결된다) 싸움이 되는 리테일 인사팀에서 매장 출신의 직원은 매니저에게 “매니저님, 지금 비 오는데 우리 우산을 앞으로 뺄까요?”라는 의견을 제시해서 결국 높은 매출, 높은 예산을 배정받는 데 성공하는 것을 예전 회사에서 직접 봤다. 매장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 교육하는 업무뿐 아니라 결국 회사의 매출을 올리는데 직접적인 어드바이스를 하는 인사팀, (이것이 한때 트렌드였던 Businesspartnering이라는 건가..) 이런 매력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이야기를 이제 써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