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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바 Sep 16. 2019

여기 사내연애 안 해본 사람 있나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당신 옆에 있다고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다녔던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에서는 사내연애를 ‘비공식적’으로 권장하지 않았다. 높은 윤리규정을 가지고 있어서 행여나 회사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윤리적인 케이스들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것도 있었고 직속 상사와의 ‘관계’가 업무내용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있다 보니 (외국계 회사 정치도 만만치 않다) 같은 부서 안의 사내연애가 보고 되었을 때는 한 명을 발령 보내거나 급기야 ‘퇴사’시키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나 젊은 사람들이 많은 서비스/유통 업계의 경우는 하루 8시간의 고된 노동 안에서도 연애를 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남은 젊은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런 일이 왕왕 있다. 나는 보통 20대 초반의 젊은 친구들의 사내연애는 눈감고 넘어가는데 이 사랑이 회사 안에서 양다리가 되고 삼다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런 경우는 인사위원회를 열 때도 있다.


사내연애는 감추려야 감춰지지 않는데 인사팀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경우는 ‘스케줄’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인사팀에서 800여 명의 직원들의 스케줄을 짜는데 오프를 신청하는 내용만 보아도 누가 누구와 사귀는지 눈에 보인다. 너무나 솔직한 우리의 젊은 친구들은 순진하게 같은 기간 연차를 가고, 특히 우리는 2주, 3주 정도의 긴 연차를 쓰는 회사이다 보니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경험자로서 만약 친구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사내연애를 권장하지 않겠지만 누군가 공식적인 질문으로 “사내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회사가 상관할 바는 아닙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사내연애가 회사에 분명 영향을 끼치고 직원들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사실이나 누군가가 사랑할 권리를 된다/안된다 말할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어떤 직원이 다른 직원과 조금 더 ‘각별히’ 친한 상태가 되는 것이라 회사에서 베스트 프렌드를 만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질문이 잘못되었다. 사내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가 아니라 회사에서 친한 친구, 가족 등이 함께 일할 때 공사를 구분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로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한 가지, 나의 연애를 가지고 혹시 뒤에서 루머를 만들거나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근 발의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으니 혹여 지금 사내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조금 더 당당해 지길 바란다. 물론 내가 공사를 제대로 구분하고 내 할 일 똑바로 하는 것은 기본이라 만약 직속 상사와 부하직원의 연애라면 되도록 빨리 부서 이동을 해서 뒷말이 세어 나오는 것을 원천봉쇄하길 바란다.


캠퍼스 커플과 사내커플 모두 속해져 있는 집단안에서 만들어지는 사랑이지만 둘의 차이는 돈을 받고 일하는 곳에서 ‘다른 짓’을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일하라고 돈을 주고 고용했는데 연애를 한다고 하니 마치 그 직원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이 드는데 그럼 사내 동호회나 회식은 왜 ‘다른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또한 사내에서 만난 동성의 동료가 친구가 되어 같이 밥먹고 여행을 다니는 것도 '다른 짓'이라고 폄하하고 있는가?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이상한 답변은 거부함) 윗 상사가 시키는 다른 짓만 용납이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갑질이다.

 



마치 내가 사내연애를 지지하는 것처럼 글을 쓰긴 했으나 앞서 말한 것처럼 만약 친구가 사내연애를 한다면 나는 말리고 싶다. 내 경험상 그의 실수도 내 탓이며, 내 실수는 정신 똑바로 차리지 못하고 사내에서 연애를 했기 때문으로 비난받는 경우가 있었고 내 업무성과는 그의 외조로 왜곡되는 경우도 있었다. 만약 지금 사내에서 썸을 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한번 질러보라는 것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말려도 빠져드는 게 사랑이고 본인이 크게 데어보면 깨닫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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